[데스크칼럼] 한가한 대한민국, 위기의식이 없다

입력 2016-02-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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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부국장 겸 산업1부장

대한민국이 너무 한가하다.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8% 이상 빠지고,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대한민국은 여유롭기만 하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는 이미 올해 경기 전망을 어둡다고 예고했다. 앞으로 2~3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제조업의 수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샌드위치에 끼여 적자생존의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들었을 것이다.

빨간불과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졌는데도 정치권이나 노동계는 이런 현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귀를 막고 눈을 감은 것인지, 완전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하다.

일명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여야 합의를 마쳤는데도 마지막 관문 통과에는 여야할 것 없이 모두 관심이 없다.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원샷법을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법은 원래 경제성장 시대를 지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업구조를 재편, 사업과 경영의 효율성을 꾀하고자 만들어졌다.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선 하루빨리 도입해, 기업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아 세계 시장에 나가도록 밀어줘야 한다. 물론 이 법이 처음 공개됐을 때 재벌기업 총수들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문제 있는 문구는 수정·보완됐다. 법사위도 통과됐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지역구를 조정하려는 선거구 획정 문제로 여야 모두 본회의 상정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구 획정은 의석수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여야 간의 줄다리기 게임이다. 국민 상당수가 요즘 정치에 회의를 많이 품는다는 점에서 솔직히 선거구 획정에 관심을 두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꺼져가는 경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원샷법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노동계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소비·물가에 모두 경고등이 켜져 있는데도,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 개혁안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노총 역시 지난달 19일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했다. 양대 노총은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노동 개혁안과 관련, 진정서를 제출해 두 단체의 연대투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금호타이어 등 강성 집행부 노조가 들어선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의 갈등으로 생산 차질과 매출 손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양대 노총을 주축으로 노동계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정부가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 등 이른바 ‘양대지침’ 중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대목이다. 노동계는 이러한 조항들이 인력 해고와 노동조합 파괴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터놓고 얘기하면 어느 기업이 저성과자를 좋아하겠는가? 저성과자를 퇴출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 생존의 기본 원리에 속한다. 여기에는 비단 피고용자만 해당되지 않는다. 고용자, 아니 재벌 총수들도 능력이 없으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로 능력이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등부터 줄을 세우면 저성과자는 어느 조직에나 존재한다. 문제는 공평하고 공정한 평가다. 평가 기준을 제대로 세워 조직의 평균을 상향으로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저성과자를 안고 가면서 하향 평준화해서는 안 된다. 저성과자 퇴출이 인간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실은 냉혹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봐서는 저성과자라는 딱지를 붙여 조직에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본연의 역할에 맞게 재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출된 저성과자들이 본연에 맞게 일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유연한 조직과 기업으로 구성된 국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정치인이 유능해야 한다. 무능한 정치인이 바로 저성과자이고, 그 해악이 국민 개인들에게 미치는 셈이다. 취업규칙 변경도 마찬가지다.

필요에 따라 쉬어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쉴 때가 아니라, 더욱 분주하게 대비하고 헤쳐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계, 재계, 노동계가 머리를 모아 한데 힘을 합쳐도 난관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 상황이 심각한데 어떻게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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