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경제민주화’ 미스터리

입력 2016-02-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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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을 방문했다. 그때 광주시민 수십 명은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참여했던 게 후회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김종인 위원장의 방문에 항의했다. 항의의 원인은 1월 22일에 있었던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보위뿐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 참여한 일에 대해 스스로 후회한 적 없다”며 “(국보위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갑자기 사과 모드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그는 30일 “강제적으로 국보위에 참여했지만 정말 사과드린다”, “국보위에 스스로 참여한 게 아니라 차출되다시피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나온 말들이 모두 진실이라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전두환 정권에 의해 차출됐다.” 이렇게 되면 전두환 정권은 경제민주화에 관심 높은 정권이 되는 셈이다. 싫다는 경제학자를 차출하면서까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려 했으니 말이다.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을 그렇게 평가하는 학자는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용갑 새누리당 고문은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날, 다른 얘기를 공개했다. 한마디로 김종인 위원장은 강제로 국보위에 참여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용갑 고문은 “김 위원장이 국보위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었던 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면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 당시 서울대 교수의 경우는 사양을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아니다(사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김 고문은 경제민주화가 남재희 전 장관의 작품이라고도 주장했지만, 남재희 전 장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이 부분의 논의는 일단락된 것 같다. 이외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김종인 위원장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생각하고 주장하는 경제민주화가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부터 경제민주화를 위해 쿠데타 세력의 국보위에 들어갔고, 그 후 쿠데타 세력이 만든 민정당에서 2번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을 지냈으며 다시 두 번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대통령직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요직을 두루 거쳤음에도 아직도 경제민주화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이게 이루어지기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경제민주화가 어느 정도라도 이루어졌다면 지금 그것을 또 가지고 나와서 야당의 비대위원장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내용을 알고 싶다. 구체적 내용을 알아야 여론도 이에 동조하든 말든 할 것이고,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되면 마침내 36년간의 긴 ‘경제민주화의 여정’을 어느 정도 끝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지 한 사람에 의해 상징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또다시 경제민주화를 특정인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이는 지향해야 할 사회적 특성이 아니라 지양해야 할 사회적 특성이다. 지양해야 할 사회적 특성을 정치권이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김종인 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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