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의 대명사이며 110년의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제록스가 둘로 쪼개진다. 제록스는 회사를 하드웨어와 서비스 등 2개 부문으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록스는 한때 ‘첨단기술’과 동의어로 취급될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였지만 기술 트렌드의 변화에 고전한 끝에 결국 회사를 쪼갤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업구조를 슬림화해 초점을 좁히는 것이 이번 분할의 목표이며 제록스는 29일 실적발표에서 이를 공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제록스 분할로 또 다른 승리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다. 한 소식통은 “칼 아이칸이 새로 분사하는 서비스 부문 이사회 의석 3개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이칸은 지난해 11월 “제록스 지분 8% 이상을 확보했으며 회사 미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록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94억 달러(약 11조3400억원)다. 제록스는 이번 분할 계획으로 회사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던 지난 2010년 어필리에이티드컴퓨터서비스 인수(56억 달러) 손실을 털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WSJ는 덧붙였다.
실적 부진이 수년간 지속된 끝에 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우리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개월 뒤 아이칸이 지분 인수 사실을 공개하며 회사 구조조정에 불을 지폈다. 현재 아이칸은 뱅가드그룹에 이어 제록스의 2대 주주다.
한 소식통은 “아이칸과 번스가 최근 수개월간 여러 차례 분할 계획을 논의했으며 두 사람은 대체로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분할은 1년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아이칸은 이미 이베이에서 페이팔을 분사시키고 매니토웍을 크레인과 식품서비스 사업으로 쪼개는 등 최근 수년간 제록스와 비슷한 계획을 여러 차례 성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