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프로4, 전작과 안녕할 준비는 끝났다

입력 2016-01-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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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프로4 옆에서 조용히 충전 중이던 서피스 프로3가 내게 물었다.

“걔 어디가 그렇게 좋아?”

변심한 남자친구를 보듯 반년 간 함께 해온 자신을 찬밥 취급하는 나를 나무라는 느낌이다. 그러게, 서피스 프로3에게는 미안하지만 서피스 프로4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이하 편의상 서피스3와 서피스4로 부르겠다).

사실 서피스4의 데뷔는 추위에 이미 식어버린 아메리카노처럼 미지근했다. 같은 날 데뷔한 ‘궁극의 랩탑’ 서피스북에 묻혀 조용히 세상에 나온 탓이다. 에디터는 서피스3 사용자다. 이미 6개월간 서피스3를 써왔고, 지난 일주일간은 최신 모델인 서피스4와 동고동락했다.

나의 첫 리뷰인 이 기사는 기존 서피스3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서피스4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서피스4는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하이브리드 노트북이었다.

서피스4는 서피스3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업그레이드된 것 뿐인데 그 요소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구성되고 서피스는 본체, 펜, 키보드로 구성된다. 먼저 본체에 대해 얘기해보자.

1. “나 어디 달라진 거 없어?”- 본체

무게는 800g에서 786g(i5 모델 기준)으로 더 가벼워지고 두께도 9.1mm에서 8.4mm로 얇아졌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로고의 변화가 첫 눈에 띄었다.

전면에 있던 MS 로고의 홈버튼이 사라졌다. 대신 뒷면에 있는 surface 로고는 MS 로고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서피스를 쓰며 맥북의 빛나는 사과를 줄곧 부러워했기에 이는 만족스러운 변화다.

볼륨 조절 버튼 위치가 왼쪽 측면에서 상단으로 바뀌었다. 서피스가 태블릿 겸용이라고는 하지만 노트북으로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았는데, 왜 굳이 버튼 위치를 위로 옮겼을까 생각해보니 펜 때문인 것 같다. 서피스3는 스티커 형태의 클립을 붙여서 펜을 수납했는데, 서피스4는 마그네틱을 이용해 본체에 붙이는 방식이다. 서피스4의 오른쪽에는 전원 연결부가 있어서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에서는 펜을 왼쪽에 부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되면 펜이 볼륨 버튼을 가려버리니 상단으로 옮긴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말이 나온김에 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2. “쓰고 지우고 캡처하고”- 펜

펜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서피스3 펜에는 그립부에 두 개의 버튼이 있었다. 위는 오려내기, 아래는 지우개 기능을 한다. 서피스4의 펜에서는 이 부분이 달라졌다.

지우개는 펜의 머리 부분으로 옮겨졌다. 아날로그 연필의 사용자 습관을 그대로 옮겨와, 좀 더 직관적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기존에는 펜을 거꾸로 잡을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지우개 기능을 실행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은 아쉽다.

물론 펜의 성능 자체는 확실히 좋아졌다. 서피스3의 펜은 아주 미끄러워서 도저히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왼쪽이 서피스 프로4, 오른쪽이 서피스 프로3]

이에 비해 서피스4의 느낌은 확실히 좋다. 펜팁의 재질이 바뀌어 필기할 때 이전 모델보다 마찰력이 생겼다. 너무 미끄럽지 않고 적당히 마찰이 일어나 실제 펜을 쓰는 것과 비슷한 압력이 느껴진다.

[펜 뒷부분을 지우개처럼 쓸 수 있다]

이것저것 써보고 싶고 그리고 싶다. 이를 받쳐 줄 다양한 앱이 없는 건 아쉽다. 펜의 지우개를 한 번 누르면 원노트가 작동되고 두 번 누르면 캡처가 되는데, 연결된 프로그램을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아쉽다. 예를 들면 한 번 누르면 음소거 두 번 누르면 pooq을 작동시키는 것처럼 내 입맛에 맞게 설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펜이 ‘철컥’하며 본체에 붙는 느낌도 좋다. 노트북 모드로 쓸 때는 본체의 좌/우에 붙일 수 있고 태블릿으로 쓸 때는 키보드와 도킹이 되는 부분에 붙일 수도 있다.

자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서 잃어버릴 걱정은 없겠다. 이보다 놀라운 점은 별도의 페어링 없이 다른 서피스 기기의 펜도 바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내가 졌다]

서피스4의 펜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서피스3 화면에 필기를 해보니 바로 인식한다. 두 개의 펜을 번갈아가며 한 화면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동시에 필기하면 인식하지 않는다. 적당한 앱만 뒷받침된다면 활용도가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 이를테면… 오목? 상상력이 빈곤한 점은 죄송하다. 

3. “마침내 키보드가 되었다” – 키보드

맥북의 불 켜진 사과 로고가 물욕을 부르는 포인트라면, 서피스에게는 마그네틱이 그런 기능을 한다. 키보드를 합체하고 서피스 펜을 붙이고 킥스탠드를 접을 때 나는 ‘탁’하는 소리는 이제 서피스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키보드가 없는 서피스는 고성능 태블릿일 뿐이다. 서피스에 생산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키보드다. 솔직히 서피스3의 키보드는 많이 부족했다. 관대하게 평가하자면 ‘나쁘지 않은’ 정도였지만, 문서 작업을 많이 하는 사용자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빽빽하게 붙어있는 서피스3의 키들은 비좁은 서울의 고시원 생활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보기에도 답답했고 오타도 너무 쉽게 났다. ‘턱턱’ 소리나는 키감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잦은 오타로 받는 스트레스를 보완하기엔 부족했다.

서피스4가 되어서야 키보드는 진짜 키보드가 되었다. 키 사이를 적당히 띄어놓으니 오타율도 줄어들었다. 키를 누를 때의 느낌도 더 안정적이고, 단단해졌다. 하지만 타입 키보드 특유의 손맛도 잃지 않았다. 안정적인 타이핑과 타자 치는 재미 사이에서 적당한 합의점을 찾은 셈이다.

터치패드는 소재를 개선해 미끄러질 정도로 부드러워서 계속 쓰담쓰담하고 싶다. 기존 터치패드보다 면적도 늘어 사용 환경도 더 쾌적해졌다. 여러모로 하드웨어 자체의 숙련도가 높아졌다는 기분이다. 

4.“단점이 없을 리는 없죠”

완벽해 보이는 치인트 유정 선배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듯이, 서피스에게도 단점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피스의 단점이라기 보다는 윈도우10의 한계다.

서피스는 일반 데스크탑 모드 외에도 태블릿모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활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특히 카카오톡 PC버전을 실행하면 화면 가득히 카카오톡이 차고, 채팅창을 실행하면 채팅창이 또 한 화면에 가득차는 바람에 원활한 멀티 채팅을 하기 어렵다.

[카카오톡 PC버전을 실행한 화면]

때문에 나는 태블릿 모드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을 할 때는 데스크탑 모드로 쓰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면 태블릿 모드는 언제 쓰란 말이지? 이런 태블릿 모드 어설픔은 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나는 2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운영했던 윈도우UCrew에서 대외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윈도우 스토어 초창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지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나아진 게 없었다. 자본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피스가 태블릿 흉내를 내는 노트북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윈도우 스토어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슬립모드는 배터리 절전 효과가 별로 없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전원을 껐다. 맥북을 쓰는 친구가 “SSD인데 전원을 왜 꺼?”라고 묻자 나는 “윈도우는 그렇게 해야 돼…”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맥북 사용자들은 맥북을 웬만하면 끄지 않고 사용한다. 슬립모드일 때의 배터리 관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피스4는 가끔씩 슬립모드에서 깨어나지 않을 때가 있어서 영원히 잠들어버린 건가 싶어 염통이 쫄깃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에 슬립모드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오류인 것 같다. 정말 정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5. “한 발자국 내딛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서피스3에서 서피스4로, 딱 1만큼 진화했다. 칭찬이다. 서피스3에서 지적받았던 발열과 소음 문제를 일부 개선했고, 펜과 키보드는 더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다른 전자제품군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1보다도 못하게 진화하는 걸 봐왔기에 서피스 프로4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서피스 프로 시리즈는 같은 회사 동료인 서피스북과 애플의 맥북 등 쟁쟁한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 해볼 만한 싸움이다. 하드웨어는 충분하니 윈도우 스토어만 개선된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여전히 많은 노트북 업체가 터치가 되지 않는 윈도우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노트북과 태블릿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완벽한 윈도우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터치가 가능한 윈도우 노트북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를 고르라면 당연히 서피스다. 물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제품이 태블릿이 아니란 가정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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