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일호 부총리의 3대 실천 강령

입력 2016-01-13 11:39 수정 2016-02-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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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정치경제부장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투수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투수의 비중을 50% 정도로 분석한다. 그래서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도 한다.

9명이 한 팀인 스포츠에서 투수 한 사람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 해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퍼펙트게임(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는 게임)이나 노히트노런(안타와 실점이 없는 게임), 완봉승(무실점 게임)으로 승리를 결정짓는 투수를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야구에서 투수의 비중이 큰 만큼, 야구 감독은 5~7회 정도를 책임지는 선발투수, 7~8회를 이어 던지는 중간 구원투수, 9회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는 게임 전략을 짠다.

야구의 투수처럼 한국경제에서의 경제부총리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경제부총리가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 전 선발투수로 현오석 전 부총리를 투입했다. 현 전 부총리는 고용률 70% 로드맵, 여성·청년 일자리 확대, 부동산시장 안정화,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등을 추진했다. 2014년 초에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현 전 부총리 취임 초기인 2013년 상반기 2%대 중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3%대 중반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이듬해인 2014년 1분기에는 3.9%까지 상승했지만 홈런(세월호 사고) 한 방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세월호 여파로 내수경기가 위축되자, 박 대통령은 구원투수로 최측근 최경환 전 부총리를 긴급 투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취임 이후 추경,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공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경제에 활력이 붙는 듯했으나 최 전 부총리 역시 장타(메르스 발생) 한 방에 그동안의 정책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내수가 다시 얼어붙기 시작하자 최 전 부총리는 개소세 인하,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등 내수 회복에 전력을 다했지만 경제 상황은 최악의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G2 리스크와 대북위험 증가, 유가 하락이 숨통을 죄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수출 감소, 소비 위축, 부실기업 증가, 저성장 고착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다시 구원투수로 ‘유일호 카드’를 꺼냈다. 야구에서 승리를 확정 짓는 필승 조의 마무리 투수가 아닌, 위기상황 돌파의 특명이 부여된 구원투수를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투입한 구원투수가 전임자보다 약체라고 판단하다 보니, 기대감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 부총리는 개각 발표 이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 경제 상황 인식이 안이하고, 실패한 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 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유 부총리가 구원투수로 나서 승리투수로 마무리하려면 3가지 실천 강령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소통이다. 정치권과의 소통을 통해 폐기 처분 상황인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5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투자 및 고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유 부총리가 내정됐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이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현 경제 상황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면 과감히 추진해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세 번째는 대통령 눈치만 보지 말고,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면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지시 사항을 이행하는 부총리가 아닌 선도할 수 있는 소신 행정을 해야 한다.

유 부총리는 한국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위기는 아니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올 수도 있다. 9회 초 만루 홈런을 맞을지, 삼진으로 위기를 모면할지는 구원투수 유일호 부총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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