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앞다퉈 출시중인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이 체크카드 기능을 추가한 것을 시작으로 동양, 우리, 한화, 미래에셋, 현대 등도 체크카드 기능을 포함시키는 등 증권사들은 CMA서비스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그다지 '돈'이 되지는 않지만 2008년 자통법 시행 이후 치열해질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단 잠재고객을 확보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끌어들인 고객이 증권사의 다양한 상품, 서비스에 투자해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CMA는 나날이 기능이 향상돼 체크 기능까지 추가되며 CMA계좌가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사용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해 CMA계좌를 결제계좌로 이용하면서 신용카드와 같은 소득공제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들과의 제휴로 주유 및 영화 할인, 마일리지 적립, 캐시백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누릴 수 있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CMA 인기비결
직장인들이 통상 월급통장으로 쓰는 은행 수시입출금 예금(보통예금)의 이자율은 연 0.1~0.2%다. 수시로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만큼 이자를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허탈한 이자율이다. 이 같은 틈새를 노린 상품이 바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CMA 상품이다.
CMA상품은 은행 예금과 같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데다 보통 연 3.5%에서 최대 4.7%까지의 고금리를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이 상대적 고금리가 가능한 것은 증권사들이 예치된 고객의 자금을 단기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어음이나 우량채권,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이 같은 이유로 CMA 계좌수와 잔고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CMA계좌수는 228만계좌, 잔고는 13조923억원에 달한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말에 비해 계좌수는 119%, 잔고는 152% 급증한 수치다. (표 참조)
CMA를 다루는 증권사도 지난해 9월 12개사에서 3월말 현재 19개사로 확대됐다. 이달 중순에는 NH투자증권도 CMA를 출시할 예정이며, 대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이달 말 체크기능을 더한 CMA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CMA에 체크카드 기능이 추가되며 CMA계좌는 샐러리맨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되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연 4%대의 고금리를 제공하는데다 잔고 내에서 신용카드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와 달리 CMA계좌 내에서 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좌 이체의 번거로움도 덜었고, 과소비를 막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 현대증권, 한화증권 등의 CMA고객은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공모주를 청약할 수도 있다. 보통 ▲청약당일 전월로부터 과거 3개월간 자산합계 평잔이 500만~2000만원 이상 ▲종합자산관리계정(CMA)을 통해 3개월 이상 급여 이체 ▲CMA를 통해 적립식 100만원 이상을 6개월 이상 이체하는 등 3가지 조건 중 한가지는 충족해야 한다.
한화증권의 ‘스마트(Smart) CMA’는 계좌의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언제든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자동 주식담보대출 기능’을 추가했다. 또 월 5회 한도 내에서 각종 자금 이체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해주며 공모주 청약자격도 준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체크CMA를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주유시 할인 서비스, 영화할인 등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삼성CMA체크카드’는 연4.2%의 이자와 은행 CD기를 이용한 입출금 등 장점과 사용액 1500원당 1마일의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현대CMA체크카드는 유일하게 사용금액의 최대 1%를 고객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시 리터 당 40원 적립, 백화점 할인점 이용시 1% 적립 등의 서비스가 풍부하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명품CMA체크카드’는 이용액의 0.3%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CGV영화관 2000원 할인이 제공된다.
◆CMA, 진화는 계속된다
사실 CMA상품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 메리트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다양한 혜택을 안겨주면서 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교차판매를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숙 한국투자증권 마케팅팀 차장은 “고객이 한 번 선택한 금융기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이 잘 안 나더라도 고객 유치 치원에서 CMA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CMA 결제시 은행에 건당 수수료를 내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가 허용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증권사가 현재 은행에 지급하는 비용이 감소해, 추가적인 업무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철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단 CMA에 대한 물꼬가 트인 만큼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소액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증권사들의 CMA는 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 연구원은 체크카드 기능 추가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도 CMA상품의 편의성이 진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CMA로의 자금유입은 계속될 것”이라며 “은행에서 고객을 끌어오는 것보다 실제로 얼마나 크로스셀링(교차판매)을 해서 이익을 창출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대형 증권사나 자산운용능력이 뛰어난 곳, 브랜드 파워를 지닌 증권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