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자본주의'의 종말

입력 2007-05-04 14:55 수정 2007-05-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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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

사회과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어쭙잖게 들었던 이 단어가 요즘 뇌리에 자주 스친다.

구구절절 현학적으로 이론을 늘어 놓고 싶은 맘은 없다. 그럴만한 지식도 부족하다.

'신종 주가조작' L사(루보), '방송계 로비 의혹' F사(팬텀), '보복 폭행' H그룹 K회장(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요즘 경제계 안팎을 떠들석하게 만든 이름들이다.

아직 수사 단계에 있는 사건들이라 결론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껏 나타난 정황만 놓고 보더라도 공통점은 '돈이면 뭐든 된다'는 천박한 자본의 속성으로 귀결된다.

우리네 속담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에 빗대자면, 주가조작이나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은 '개처럼 돈을 벌려'했다.

자식이 맞고 들어오자 고용된 직원들을 떼거지로 데려가 보복폭행을 일삼은 이는 '개처럼 돈을 쓴'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들의 행동에는 그 어떤 도덕적 가치나 합리적 규범도 찾아보기 힘들다.

천민자본주의의 습성은 이들을 수사하는 관계기관의 행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L사의 경우, 관계당국이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를 취했다고 홍보까지 했으나, 거대 자본권력인 'H그룹 K회장' 앞에서는 사건발생 한 달이 지나 그것도 여론에 등 떠밀려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사석에서 만난 언론계 노(老)선배의 짧고 간결한 한마디를 잊을 수 없다.

"김회장 보복폭행 사건을 얼마나 공정하게 수사하느냐는 곧 '우리 사회가 천민자본주의와 종말을 고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주가지수 사상최고치 돌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얘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L사, F사, H그룹 K회장은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사회가 잉태한 또다른 자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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