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상나무

입력 2015-12-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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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크리스마스(Christmas)가 다가오고 있다. 어느새 거리에선 캐럴송이 들리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가게의 점원들도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역시 성탄절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일 것이다. 원래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탄절을 앞두고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와 같은 상록 침엽수에 색종이, 전구, 과자 등을 장식하여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생활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밀 수 있는 적당한 나무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합성수지나 비닐로 만든 인조 나무를 이용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흔히 설치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플라스틱 재질의 저급한 인조 나무보다는 싱싱한 푸른 잎을 지닌 침엽수가 잘 어울린다.

실제로 예수가 탄생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전나무 혹은 가문비나무가 전혀 자생하지 않는다. 당지에서 자라는 유일한 침엽수는 레바논 시이다(Lebanon cedar)라고 하는 나무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나무나 가문비나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또한 오늘날과 같이 장식되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경의 어느 구절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오늘날과 같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기독교가 처음 전파될 당시의 유럽에는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 유럽에서도 초기 기독교 신앙의 전파는 이와 같은 토착 신앙과 큰 마찰을 빚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토착 신앙은 노거수를 숭배하는 토테미즘이었다.

당시의 게르만인들은 한겨울에도 잎이 푸른 전나무 노거수의 가지를 동지 경에 잘라 방안에 걸어두고 새해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던 풍습이 있었다. 그러므로 기독교가 유럽에 전파되면서 원주민들의 토착 신앙과 융합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외에도 마르틴 루터가 달빛에 비치는 전나무에 쌓인 하얀 눈을 보고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후, 스스로 전나무에 눈 모양의 하얀 솜과 촛불로 장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서양의 가정에서는 예외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민다. 요사이 서양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선호하는 나무는 전나무나 가문비나무가 아닌 구상나무라고 한다. 구상나무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덕유산 이남 고해발 지대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자생 상록성 침엽수이다.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자락의 해발 1600m 일대는 대표적인 구상나무 자생지이다. 그러므로 외국에서는 구상나무를 ‘한국전나무(Korean fir)’라고 부른다. 구상나무는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 수형이 단아하고 선명한 초록색의 조밀한 잎 뒷면에 분칠을 한 듯 흰 기공선이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나무이다. 단순히 크리스마스 트리로서뿐만 아니라 조경수로도 인기가 매우 높다.

구상나무는 일제 치하의 1920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던 윌슨(Wilson)이 이미 알려진 전나무와는 다른 종으로 구상나무를 분류하여 명명하였다. 일찍이 외국에 널리 소개된 구상나무는 현지에서 다양한 재배품종으로 육종되어 원예시장을 통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잎이 나선형으로 꼬인 ‘Silberperple’ 품종을 비롯하여 잎 기공선이 더욱 뚜렷하여 은색으로 빛나는 ‘Silberlocke’, 잎의 노란 무늬가 아름다운 ‘Aurea’ 등은 대표적인 인기 품종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자랑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유의 생물자원을 잘 보전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보통 생물의 자생지에는 다양한 유전자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 특성이 있다. 이미 외국에 유출된 자생 생물자원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자생지에 남겨진 이 유전자 다양성을 활용하여 더욱 뛰어난 형질의 구상나무 품종을 개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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