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느림의 미학 - 슬로 트리트먼트, 슬로 매니지먼트

입력 2015-12-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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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OGQ 의장

고민한다, 고뇌한다고 표현할 만한 인생의 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사랑하고, 일하며 접하는 몇 가지 요소 외 그리 대담하게 고뇌까지 할 만한 주제가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정부에서 영리병원과 관련된 제도들을 외쳐대는 지금이 우리나라에서 의료 IT기업을 경영하는 나에게 덜컥 염려의 주제가 돼 버린다.

하물며 병원을 직접 경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단일 병원을 크게 키울 것인가, 네트워크 병원으로 발전해 갈 것인가. 아니면 의료의 틈새 영역에서 나의 소임에 집중하며 어떻게든 견뎌볼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저명한 의사이자 사업가로 불리는 분, 네트워크 병원 사업으로 성공한 20여 곳의 병원장들을 모두 만나 보고, 그들의 장단점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와 피자헛의 성장 과정, 놀부의 운영정책, 치킨대학을 꾸리는 BHQ 등 하나의 브랜드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다른 산업의 그것까지도 30여 개의 항목을 만들어 비교표를 작성해 보았다. ‘성공했다’는 선입견을 품고 그들을 접해서인지 ‘아, 역시!’ 하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뭔가 빠져 있었다. 의료 영역이 아닌 사업에서의 배움은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고, 동일 의료계의 사례는 경영의 모습을 넘어 치료까지 전수할 수 있는 방법이 아쉬웠다. 버거킹의 햄버거처럼 세계 어느 지점을 가도 의술의 균일성을 전파하고 담보하는 것은 고뇌의 대상이 됐다. 국내 병원 경영의 현장을 돕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균형을 잃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의료IT를 만들어 내려면 더 많이 알아야 했다.

모범 답안은 의외의 영역에서 찾았다. 미용업계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를 만나 자문을 구하던 중 개념과 방향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는 무려 30년 전 서울 성신동 인근에서 미용실을 열어 15년 가까이 단일 매장을 경영하다, 몇 가지 원칙을 설정하고 성장 전략을 택한 이후 하나씩 확대해 나갔다. 특히 ‘준오헤어’라는 브랜드를 허락하는 네트워크의 첫 번째 조건은 함께 10년을 일한 사람이다. 준오헤어는 헤어디자인의 표준 포맷을 자연스럽게 전수하는 방법으로 10년의 ‘느림’을 선택한 것이었다.

강 대표의 말씀을 듣고 나서 몽클레르(Moncler)의 레모 루피니(Remo Ruffini) 회장이 떠올랐다. 반세기 전 세계 최초로 ‘다운 점퍼’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회사다. 그는 모순적이게도 “우리의 성장 전략은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삶의 속도를 늦추는 순간, 인생은 짧아도 시간은 길어진다고 했다. 치료에 있어 ‘슬로 트리트먼트’, 경영에 있어서도 ‘슬로 매니지먼트’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최대한 빨리 하거나 느리게 한다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속도를 찾겠다는 의미다.

치료의 계획과 절차, 실제 임상과 환자의 관리, 병원 회계의 충실함까지도 동일한 브랜드 아래 함께 준수할 수 있는 프로세스 표준화와 전수 시스템을 장시간에 걸쳐서라도 구현해 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로부터 얻은 답이다. 더디게 가는 것 같지만, 결국 가속으로 빨라지는 경영을 실천해야 함이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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