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주부 골퍼’ 이현주, “아직 필드 미련 많아요”

입력 2015-12-07 14:34 수정 2015-12-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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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골퍼’ 이현주와 오랜 만에 만났다. 그는 현재 울산 남구의 신생 골프클럽 파크애비뉴골프에서 레슨 프로로 일하고 있었다. (오상민 기자 golf5@)
▲‘주부 골퍼’ 이현주와 오랜 만에 만났다. 그는 현재 울산 남구의 신생 골프클럽 파크애비뉴골프에서 레슨 프로로 일하고 있었다. (오상민 기자 golf5@)

“저 선수 스윙 좋은데요. 혹시 누군지 아세요?” 동아회원권 선수 프로모션 담당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그리고는 눈도장을 찍은 듯 한참 동안 그 선수의 스윙을 지켜봤다. 2008년 깊어가는 가을밤 전남 목포대학교 골프연습장 풍경이다. 동아회원권 선수 프로모션 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200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과 2010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현주(27)다.

2008년 11월 전남 무안에는 골프업계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09년 KLPGA 투어 시드순위전 출전 선수들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당시 KLPGA 투어엔 자고 일어나면 기업 후원 골프단이 창단됐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골프단 창단 붐이 일었다. 당시 동아회원권은 남자 프로골프단에 이어 여자프로골프단 창단을 준비했다. 이현주는 2009년 동아회원권 여자골프단의 창단 멤버가 됐다.

이현주는 KLPGA 투어의 숨은 진주였다. 흠잡을 데 없는 스윙과 강철 같은 멘탈 테크닉을 지닌 흔치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풀시드를 따내지 못한 2008년엔 상금순위 55위로 밀려 2009년 시드순위전에 참가했지만 경기 내용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것을 입증하듯 풀시드를 따낸 첫해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2009년 6개 대회 만에 깜짝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10년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런 그가 투어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얼마 뒤 결혼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그가 갑작스럽게 필드를 떠난 이유는 결혼 때문이 아니다. 이현주는 2012년 시즌을 앞두고 이정민(23ㆍ비씨카드), 조윤지(24ㆍ하이원리조트)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해외 전지훈련과 담을 쌓고 지내던 그는 새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쳤을까. 대대적인 스윙 교정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시즌 초반부터 슬럼프에 시달리더니 2013년 시즌 중에는 벙커샷 중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그의 2012년은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는 지금 울산 남구의 신생 골프클럽 파크애비뉴골프에서 레슨 프로로 일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날도 깊어가는 가을밤이었다. “정말 오랜 만이에요.” 그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그는 변한 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3년 말에 투어 카드를 잃고 2년 동안 투어에 나가지 못했어요. 열심히 했는데….” 그는 필드에 미련이 많아 보였다. “사실 시드전에서 떨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시즌을 마치고 (선수들과) 내년에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거죠.”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2009년과 2010년 KLPGA 투어에서 각각 1승씩을 기록한 이현주. 2013년 투어 카드를 잃고 필드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필드에 대한 미련이 많다. (오상민 기자 golf5@)
▲2009년과 2010년 KLPGA 투어에서 각각 1승씩을 기록한 이현주. 2013년 투어 카드를 잃고 필드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필드에 대한 미련이 많다. (오상민 기자 golf5@)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운동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겁니다. 내년엔 아시안 투어든 (국내) 2부 투어든 뛰고 싶어요. 아직 결정은 못했는데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그는 투어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현주는 지난해 5월 같은 스윙 코치에게 레슨을 받던 프로골퍼 윤필용(30) 씨와 결혼해 11개월 된 아기를 두고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내 운동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남편 밥도 챙겨줘야 하고 아기와도 놀아줘야 해요. 제 시간이 없어졌죠.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어요(웃음).”

그는 투어 카드를 잃고 부산외대 스포츠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투어 복귀와 지도자의 길을 놓고 고민 중이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참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자신도 있고요. 솔직히 고민이에요. 아직은 필드에 대한 미련이 많네요.”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이현주는 2010년 동아회원권과의 메인 스폰서 계약 만료 후 넵스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슬럼프 늪에 빠져들었다. “죄송한 마음뿐이죠. 내가 가진 걸 보여드리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투어에 복귀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단순히 미련이 아니라 마무리 하지 못한 걸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한참 동안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는 사이 가을밤은 더 깊어갔다. 다음 목적지를 위해 서둘러 이동해야 했다.

“울산까지 오셨는데 식사하고 가세요.” 그의 따뜻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식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까지 내려오는 동안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서로 아쉬운 얼굴만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만남은 대회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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