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과징금 불복 소송 잇따라…공정위, 패소율 21.8% 달해

입력 2015-11-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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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취소액 올해만 2500억원… 강제 수사권 없어 법원 요구수준 증거 확보 한계

지난 4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공정위는 정 위원장이 두 기관을 방문해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놓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방문으로 법원과의 협력을 통해 공정위의 전문성이 제고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의 방문이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 기업에 대한 과징금 제재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취소 판결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종의 항의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들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결정이 대법원에서 뒤바뀌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사건 기준 패소율은 37.5%에 달했다.

패소율은 2012년 4.4%를 기록한 이후 2013년 6.5%, 2014년 16.8% 등 꾸준히 상승 추세다. 이에 따라 불공정행위 등으로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법원 확정 판결로 취소된 금액은 2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년여간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에 이미 돌려줬거나 앞으로 돌려줘야 할 총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소주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했다며 공정위가 과징금 253억원을 부과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진로 등 소주 제조업체 9개사가 가격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체들 간 가격담합을 시도했을 개연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1, 2차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의 증거라고 제출한 자료들을 살펴봐도 출고 가격의 인상 여부, 인상률, 시기 등에 관해 합의했음을 추정해 판단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는 7개 LPG 사업자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LPG 가격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약 6700억원을 부과했으나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정위 패소 판결 뒤 과징금 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앞서 2005년 9개 석유화학회사가 폴리프로필렌 등 제품의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약 550억원을 부과 받았던 사건도 공정위가 패소했다.

공정위는 최근 잇따른 패소에 겉으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담합사건에 대한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반적인 형사사건들과 같은 기준으로 판결하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들의 대부분은 법원에서 공정위가 제시한 담합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의 담합추정제도를 갖고 있다. 담합을 합의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더라도 사업자들의 제품가격이 일정 기간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외관과 실무자 간 연락한 사실 등 간접적인 정황만 있으면 사업자들의 합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고 기업 스스로 담합을 모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규정은 공정위가 부담해야 할 입증책임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이유로 학계와 전문가들의 많은 비판을 받아 왔고 충분한 증거 없이도 공정위가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측면에서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거를 법정에서 제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가축사료 가격 담합사건도 업체들은 구체적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품목별 기준가격표를 공유했지만 일부 업체는 적발을 피하려 구두로만 담합을 진행했다. 조사에 대비해 전화로만 일정을 통지할 뿐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기업들은 무조건 상고부터 하고 본다”며 “법원에 가면 다툴 여지도 생기고 최소 과징금은 깎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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