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국화 향 짙어 가는 계절

입력 201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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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가을이 깊어갈수록 향기가 더욱 짙어지는 꽃이 있다. 가을철을 대표하는 꽃인 국화이다. 요사이 전국적으로 국화 전시회가 한창 열리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꽃 중에서 유독 국화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생산과 소비가 많은 꽃이다. 장례식에 사용하는 흰색의 조화에서부터 울긋불긋 다양한 화색을 자랑하는 절화 및 분화용 국화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많다.

야생 국화는 우리나라에도 몇 종류가 자생하지만 재배종 국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언제 우리나라에 도래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양화소록’에는 고려시대 때 중국으로부터 재배 품종이 전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러 문헌을 통해 살펴보면, 삼국시대에 벌써 국화를 재배한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꽃이 귀한 계절인 가을철에 빼어난 향기를 자랑하며 피는 국화는 동양에서 일찍부터 화훼로 재배되었다. 중국 송나라의 유몽(劉蒙)이 저술한 ‘국보(菊譜)’에 이미 30품종 이상의 재배국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명나라 말기에 이르면 무려 220품종 이상이 재배되었고, 구체적인 국화 재배법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동양에서는 매화. 난초, 대나무와 더불어 국화는 4군자(四君子)로서 문인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365~427)은 국화를 특별히 아꼈던 대표적인 문인이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원예종 국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품종이 있다. 원래의 화색은 황색이고 꽃의 크기도 작았던 국화는 10세기 이후에 애호가들의 활발한 육종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매우 다양한 화색과 모양, 크기를 갖추게 되었다. 1798년 중국으로부터 프랑스에 전해진 국화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현재와 같은 다양한 품종으로 육종되기에 이르렀다. 다른 식물에 비해 교잡이 용이한 특성 때문에 지금도 각국에서 매년 신품종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국화는 해의 길이가 짧아져야만 꽃눈이 만들어져 꽃이 피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8월 말이 지나야 꽃눈이 분화되고 10월 말 이후에 자연 개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밤에 조명을 쬐어주어 일장을 늘리거나 낮에 햇볕을 가려주는 방법으로 국화의 개화를 촉성 혹은 억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래 가을이 되어야만 꽃이 피는 국화를 연중 꽃시장에서 볼 수 있다.

흔히 관상용 화훼로만 알고 있는 국화는 예부터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약용식물로 애용됐던 식물이다. 중국 최초의 생약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이미 창포와 더불어 최고의 생약재로 기술돼 있다. 그러므로 동양에서는 국화로 술을 빚거나 차로 마시는 풍습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을 장식하거나 꽃을 먹을 수 있는 식용 국화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양화소록에 이미 20품종이 소개되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국화는 인기 높은 꽃이었다. 국화를 대상으로 조선시대의 송순(1493~1582)은 황국(黃菊)을 충절과 지조 있는 선비로 표현하였고, 현대시의 거장 서정주(1915~2000)는 ‘국화 옆에서’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그만큼 국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정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사랑받아온 꽃이다. 우리나라에는 감국, 산국 등과 같은 야생 국화가 전국의 산이나 들에 자생하고 있다. 찬서리 내리는 가을의 들녘에 나가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노란 자생국화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국화’라고 부르는 식물은 특정한 국화의 한 종류가 아니고 가을철에 개화하는 쑥부장이, 갯쑥부장이, 개미취, 구절초 등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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