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세계 최장 근로시간의 한국, 생산성은?

입력 2015-11-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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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졍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긴 국가에 속한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연간 2124시간으로 OECD 32개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OECD 평균 1770시간에 비해 연간 354시간, 주당 6.8시간 더 일한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71시간에 비하면 근로시간이 60% 더 길다.

경제가 성장하면 근로시간이 짧아져야 할 터인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어나 2013년 2079시간에 비해 45시간 더 늘어났다.

다른 나라 근로자보다 일을 더 많이 하면 소득이 많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근로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적은 선진국 근로자들이 우리보다 소득은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일을 오래 하는데도 소득이 적은 것은 생산성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우리 사회가 부가가치가 낮은 일에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비효율적인 일의 예는 너무나 많다. 가장 먼저 지적할 분야가 공공부문이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각종 회의, 보고, 간담회 등으로 서울에 출장 다니느라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예컨대 오전 10시에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회의하고 오후 2시에 국회에 가면 그날은 대충 그 일로 업무가 끝난다.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으나 처리한 업무는 별로 없다.

비효율의 극치는 국회이다. 수많은 바쁜 사람 불러놓고 제대로 질문조차 안 하는 것이 흔하다. 의사 일정도 수시로 바뀌고 예측 가능성도 없어 관련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대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행정의 예측 가능성이 적어 낭비하는 시간도 많다. 규정상 투자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고 인·허가가 안 나온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해당 기업 담당 직원은 출근을 하나 하는 일은 별로 없게 된다.

우리 사회 근무 집중도도 약하다. 근무시간에 결혼식, 장례식 등 각종 관혼상제에 참석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와 같은 행사에 다녀오면 몇 시간이 낭비된다. 근무시간의 개인업무 처리 등도 우리나라 사무실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허례 허식적인 행사도 많다. 곧 연말 연시가 되는데 흔한 종무식과 신년회가 그렇다. 수시로 보는 사람이 종무식한다고 모이고 하루, 이틀 후 신년 인사회한다고 몰려 다닌다. 연초에는 각 직장, 협회 등 각종 신년회에 다니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불합리한 규제와 제출할 서류가 많은 것도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외국에는 없는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가 1년에 1억통 이상 발급된다고 한다. 그와 같은 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수많은 근로시간이 사용된다.

이상에서 몇 가지 부가가치 낮은 일의 예를 들었다. 선진국에서는 하지 않는 일을 우리나라만 쓸데없이 하게 되니 근무시간은 긴 데 비해 소득은 신통찮다.

이제부터 부가가치 없는 일 등은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우선 정부부터 솔선수범하여 불필요한 행사, 보고 등을 줄이는 생산성 혁신 운동을 해야 한다. IT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화상회의, 전화회의 등 유비쿼터스 행정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쓸데없는 규제와 민원서류도 과감히 축소하여 민간에 부담을 주는 일을 줄여야 한다. 민원 처리도 더 신속하게 해야 한다. 또한 결혼, 장례, 기공식, 준공식, 신년회 등 각종 행사 등도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간소화해야 한다.

아무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여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분야로 시간을 집중시키면 근로시간을 줄여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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