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 이야기] 작은 결혼식, 그 진정한 의미

입력 2015-10-2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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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신랑 신부가 주인공인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가족, 친지와 딸아이 친구만 초청하여 조그만 성당에서 딸아이 결혼식을 마쳤다. 그런데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과장기 섞인 항의를 받고서 진땀을 좀 흘렸다. 대부분 취지를 이해하고 ‘너답다’는 덕담을 건넸지만 서운함을 내비치는 지인도 있었다.

요즘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비용을 무조건 줄이고 하객을 적게 부르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결혼식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 자기 분수에 맞게, 신랑 신부가 주도적으로, 개성 있게 치르는 결혼식이 진정한 작은 결혼식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결혼식이 쉽지만은 않다. 혼례란 양가의 행사여서 두 집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부모 자식 간에도 의견이 달라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이 한마디 거들거나 결혼 관련 업체가 상술로 부추기까지 하면 굳었던 결심이 무너지고 만다.

먼저 양가 부모나 신랑 신부가 지출할 수 있는 예산 총액 범위 내에서 어떤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지 큰 그림부터 그려보자. 자식 결혼시키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아직은 많다. 그런 만큼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되 최종적인 결정은 신랑 신부가 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고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절약한 경비는 실질적인 주택 마련에 쓴다면 신랑 신부도 무조건 화려한 결혼식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회사 사옥, 종교시설 등에서, 기쁜 마음으로 끝까지 참석해 줄, 신랑 신부를 잘 아는 사람들만 초청하여 결혼식을 올린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뿌린 돈이 얼마인데’ 하는 생각이 작은 결혼식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데, 축의금을 받더라도 축의금을 기꺼이 내줄, 정말 가까운 사람만 초청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총예산 범위 내에서 분수에 맞게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결정과 선택 속에서 ‘지혜로운 우리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예단은 부모님으로 한정하고 예물은 간단한 반지로 하기, 함은 간소한 것으로 신랑이 직접 들고 가기, 이바지 음식은 생략하기, 결혼식을 주중 저녁 시간으로 조정하여 하객들의 주말도 배려하고 비용도 줄이기, 식사 시간이 아니라면 간단한 답례품으로 식사 대신하기, 스튜디오 촬영이나 비싼 웨딩드레스, 메이크업도 간소하게 하거나 생략하기, 손재주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직접 장식한 꽃이나 화분을 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선물하기, 폐백은 간소하게 양가 어른들께 인사드리기로 하기….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아니라 개성 있는 결혼식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다. 혼인서약서를 신랑 신부가 직접 작성하여 낭독하거나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과 동시에 입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식장 입구에 덕담 노트를 비치해 놓거나 양가 부모님의 덕담이나 인사로 주례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남과 다른 특별한 결혼식이 목표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자신이 땀 흘려 정직하게 번 돈으로 좀 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매도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우리 결혼식이 남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지도층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소박한 결혼식으로 모범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이건 정말 아닌데’ 하면서도 누군가 남들이 결혼문화를 먼저 바꿔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이제 나부터 진정한 ‘작은 결혼식’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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