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뉴욕증시 입성…‘비운의 서자’ 피에로 라르디, 드디어 억만장자 되다

입력 2015-10-21 17:12 수정 2015-10-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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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 페라리의 미국 뉴욕증시 입성에 그 누구보다 감회가 새로운 인물이 있다. 전설의 스포츠카 레이서이자 페라리의 창업주 고 엔초 페라리의 유일한 피붙이인 피에로 라르디 페라리(70)다.

페라리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 시가총액은 약 98억 달러(약 11조1230억원)로 그의 자산도 10억 달러(약 1조1350억원)를 넘어서게 된다. 창사 80년 만에 회사에서 첫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페라리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피에로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일찌감치 장남 알프레도를 후계자로 점찍었다. 엔초는 부친의 이름을 딴 알프레도를 ‘작은 알프레도’라는 의미에서 ‘알프레디노’ ‘디노’라고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알프레도는 기계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며 후계자 수업도 철저히 받았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고, 결국 1956년 2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근디스트로피(근육퇴행위축)로 사망했다.

엔초는 알프레도를 기리기 위해 그가 생전에 개발에 참여하던 V6·V8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디노’라는 이름을 붙였고, 디노는 페라리의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

▲피에로 라르디 페라리. 블룸버그
▲피에로 라르디 페라리. 블룸버그

알프레도의 사망으로 그의 이복동생인 피에로가 페라리 가문의 대를 잇게 됐다. 피에로는 엔초와 그의 옛 연인 리나 라르디 델리 아달라르디와의 사이에서 낳은 서자다. 그가 페라리의 후손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설움의 나날이었다.

그의 꿈은 원래 레이싱 드라이버였으나 부친이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1966년 페라리에 들어가 ‘디노 206 콘페티트오네’ 제조 부문에서 일했다. 22년 뒤인 1988년 아버지가 90세에 사망할 즈음에는 페라리의 거의 모든 스포츠카 부문을 섭렵했다.

엔초는 1969년 페라리가 피아트 창업주인 아넬리 가문과 제휴했을 때 피에로에게 페라리의 주식 10%를 넘겨줬다. 그러나 이는 엔초의 본처 라우라가 사망한 뒤인 1978년에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피에로의 이름 중 라르디는 생모인 라르디의 성에서 따와 나중에 붙인 것이다.

당시 피에로의 나이 33세. 그때부터가 새 인생의 시작이었다. 아넬리 가문은 1969년에 페라리 주식 50%를 취득했는데, 이후 90%까지 지분율을 늘려 페라리를 거의 집어삼켰다. 엔초가 사망했을 때 피에로의 지분율은 10%에 불과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1950~1960년대 슈퍼스타 드라이버와 관객의 사망 사건, 1980년대 후반 전설적인 창업자의 죽음. 최고의 기업을 목표로 달려온 쉼없는 경주의 역사였다.

피에로는 엠블럼 속 ‘프랜싱 호스(Prancing Horse, 뛰어오르는 말)’처럼 그런 어둠의 시대를 용케 헤쳐왔다. 현재 페라리는 조작성, 고급성, 스타일링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출하 대수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매출은 31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피에로는 페라리의 부회장으로서 부친 엔초 페라리가 사망한 1988년부터 회사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90%는 모회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가 갖고 있다. FCA는 고급차 부문을 분사한 후 페라리로 이름을 바꾸고 21일 NYSE에 상장한다. 이와 동시에 피에로는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다. 피에로가 갖고 있는 지분 10%(보통주 1889만2.160주)도 적절한 시기에 IPO가 이뤄지면 최소 9억680만 달러의 가치가 예상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외에 피에로는 FCA의 구조 개편에 따라 2013년 5월에 2억8000만 유로를 받았다. 창업주의 아들이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의 자산은 12억7000만 달러다. 페라리의 IPO 자료에 따르면 그는 10.5%까지 지분율을 늘릴 수 있지만 투표권은 15.3%로 고정된다.

피에로의 명의로 된 자산은 또 있다. 그와 자녀는 자동차(페라리와 F1 팀 포함)와 비행기, 방산 기업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HPE COXA를 소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비스에 따르면 HPE COXA의 작년 매출은 1080만 달러였다.

또한 피에로는 이탈리아의 유력 항공 관련 기업이자 유럽에서 최초로 무인비행기(드론)를 개발한 피아지오 에어로의 지분 1.95%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98년 피아지오 에어로의 호세 디 마세 CEO와 협력해 스쿠터 베스파로 알려진 리날도 피아지오 SpA의 비행기 부문을 인수, 그 중 35%를 2006년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펀드에 매각했다. 2013년 무바달라는 인도의 재벌그룹 타타와 공동으로 1억9000만 유로를 추가로 투자해 현재는 피아지오 에어로의 지분 98.05%를 소유하고 있다.

피에로는 현재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 있는 모데나의 저택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부친인 엔초 페라리와 과거에 함께 살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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