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성폭행 사건…유일한 증거 DNA로 '유죄'

입력 2015-10-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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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극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래전 사건인데다 검찰이 수사기록을 실수로 대부분 폐기하는 바람에 변호인이 증거 부족을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DNA 증거를 인정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14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2001년 3월 5일 오전 서울의 한 주택에서 여성 A(당시 25세)씨가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괴한은 A씨의 눈과 귀를 가려 A씨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범인의 체액이 유일한 증거였고, DNA를 대조할 용의자가 나오지 않아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범인을 법정에 세우기까지 수차례 굴곡이 있었다.

우선 공소시효가 극적으로 연장됐다. 2001년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1년 3월 4일까지였다.

그런데 2010년 4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개정되면서 시효가 20년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 드디어 DNA 주인이 나왔다. 2003년 총 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모(41)씨였다.

작년 9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검찰이 채증모집범죄군에 새로 속하게 된 수감자들의 DNA를 채취하면서 이씨도 포함됐다.

국과수에서 이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2001년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하려고 자료를 찾았지만 상당 부분 폐기된 상태였다.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건의 수사기록을 정리하던 검찰이 실수로 대부분 폐기해버린 것이다.

검찰에 남은 증거는 2개의 DNA 기록과 기초적인 사건 사실관계, 일부 피해자 진술 정도였다.

검찰은 이씨가 형기를 마친 올해 4월 19일 그를 다시 구속했다.

이씨와 증인 3명의 진술 등을 확보해 이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등)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은 'DNA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당시 현장을 감식하고 국과수에 정액을 의뢰했던 경찰관과 국과수 연구원, 대검찰청 연구원 등 3명을 증인으로 내세워 감식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만에 하나 있을 오염 및 조작 가능성을 들어 DNA만으로 유죄 입증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씨가 2003년 총 6명을 성폭행했을 때도 손을 뒤로 묶고 눈을 가리는 등 수법이 매우 흡사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씨는 최후변론에서 "동종범죄 전과자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사회적 편견이 진실을 외면할까 두렵다"면서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갔어야 하는 내가 억울하게 유죄를 받으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결백을 주장했다.

총 9명의 배심원 중 7명이 유죄 평결을 내렸고 2명은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을 심리한 형사11부(김경 부장판사)는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여 이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및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도 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DNA 증거는 적절히 보존 및 분석된 것으로 보이면 신뢰할 가치가 있다"면서 "14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 과학 수사 기법의 발달로 결과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12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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