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파킹 거래 불법성 공방… "관행" vs "불건전 거래"

입력 2015-10-15 08:21 수정 2015-10-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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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의 채권파킹 거래는 브로커가 먼저 제안했지만, 증권사도 수익을 보는 구조다. 계좌를 지정하고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등에 비춰볼 때 (불법성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 바 ‘채권파킹 거래’로 투자자들에게 1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재판에서 현직 금융감독원 직원이 증인으로 나서 “불법성을 알고 한 행위”라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펀드매니저 두모(44)씨 등 22명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채권파킹 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증권사가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잠시 증권사 등 다른 중개인에게 맡긴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리 하락기에는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이 커진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이 서로 정산하기로 하는 ‘장부 외 거래’의 일종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거래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해왔다. 이날 재판에서도 두씨의 변호인은 “그동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거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씨는 현재 맥쿼리투자신탁운용사가 인수한 옛 ING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변호인은 채권파킹 거래의 불법성을 부인하기 위해 ‘연계차익 거래’를 내세웠다. 일시적인 시장불균형으로 인한 가격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연계 차익 거래는 현행법 상 정당한 거래방식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감독원 직원 김모씨는 “거래목적과 거래형태, 지속기간 등을 엄밀히 비교해보면 두 거래방식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연계차익 거래는 하나의 펀드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채권 파킹 거래는 다른시장에서도 가능하다는 점(거래형태),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되는 연계 거래와 달리 파킹 거래는 초과수익률을 위해 파킹을 반복하다보면 최대 일주일간 지속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투자자산 운용 범위 위반 △수탁계좌 위반 △거래내역 보고 위반 △집합 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중 어떤 혐의가 더 시장에 끼치는 해악성이 높은지 물었고, 김씨는 “금감원은 조사 당시 회사 또는 개인 자산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운용한 것을 문제삼았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은 “계속적으로 손실이 누적될 경우 투자일임재산에 손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냐”며 파킹거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김씨는 “현행 법규정상 허용되는 투자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두씨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의 반대신문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판부는 김씨를 한번 더 소환해 신문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맥쿼리운용이 4600억원 규모의 채권을 파킹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자산을 불법 운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맥쿼리에 3개월 일부 업무정지 및 과태료 1억원, 가담한 증권사들에게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및 임직원 정직 조치 등을 부과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씨 등 22명은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기관투자자 몰래 채권 파킹을 하던 중 위탁자금으로 증권사의 손실을 보전해 약 113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금 중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도 포함됐다.

검찰은 파킹 거래 관계를 맺는 대가로 수년간 증권사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여행 경비를 대납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공짜 여행을 다녀온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소속 펀드매니저 103명과 이들의 비용을 대납한 증권사 임직원 45명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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