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18일 犬兎俱斃(견토구폐) 개와 토끼가 함께 죽다

입력 2015-09-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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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중국 전국(戰國)시대 말엽에 순우곤(淳于髡)이라는 해학과 변설이 뛰어난 세객(說客)이 있었다.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이 위(魏)를 치려고 하자 그는 달려가 이렇게 진언했다.

“한자로는 천하에 발 빠른 명견이요 동곽준은 세상에서 아주 빠른 토끼입니다. 한자로가 동곽준을 쫓느라 산을 세 바퀴 돌고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지쳐 토끼는 앞에서 목숨을 다하고 개는 뒤에서 쓰러져 두 마리가 다 죽고 말았습니다. 그때 이걸 발견한 농부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주워 갔습니다.”[韓子盧者 天下之疾犬也 東郭逡者 海內之狡兎也 韓子盧逐東郭逡 環山者三 騰山者五 兎極于前 犬廢于後 犬兎俱罷 各死其處 田夫見之 無勞倦之苦而擅其功]

이렇게 제선왕의 궁금증을 유도한 순우곤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느라 백성과 군사들이 지쳐 있습니다. 그런데도 위나라와 싸운다면 (서쪽의) 진(秦)나라와 (남쪽의) 초(楚)나라가 그 농부처럼 횡재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今齊魏久相峙以頓其兵弊其衆臣 恐强秦大楚承其後 有田父之功] 제선왕이 이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위나라 공격을 포기했다. 전국책 제책(齊策)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어제 이야기한 공도동망(共倒同亡)과 비슷한 견토구폐(犬兎俱斃)다. 견토구폐는 견토지쟁(犬兎之爭)이라고도 한다. 둘이 싸워 함께 다치고 죽는다는 점에서는 양패구상(兩敗俱傷)과 뜻이 같고, 둘이 싸우는 바람에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점에서는 어부지리(漁父之利) 종중어리(從中漁利) 좌수어리(坐收漁利)와 같다.

전국책(戰國策)은 중국 전한(前漢)의 학자 유향(劉向· BC 79?~BC 8?)이 전국시대(BC 403~BC 221년) 전략가들의 책략과 일화를 모은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버금갈 만큼 고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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