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연준] ②금리인상 길목, 1994년 ‘그린스펀 쇼크’ 트라우마 발목

입력 2015-09-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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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근 10년 만의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밑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 문제는 올여름 시장의 혼란이 1994년 시장을 뒤흔든 이른바 ‘그린스펀 쇼크’를 상기시켰다는 점이다.

앨런 그린스펀<사진>은 지난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약 18년간 연준 의장을 맡으며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임기 중 발생한 ‘검은 월요일’과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두 차례의 금융시장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했다. 덕분에 그린스펀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계 경제가 움직인다는 ‘그린스펀 효과’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러나 그는 1994년 이른바 ‘그린스펀 쇼크’로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 해외 시장의 혼란이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연준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1991년 이후 무려 17개월간 기준금리를 3%로 유지하다가 1994년 2월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 같은 해에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5%로 높였다. 이후 미국 국채 가격과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파산하고 멕시코 외환위기를 유발했다.

1994년의 신흥국은 멕시코였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걸림돌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경제 둔화로 인한 교역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글로벌 경제를 옥죄고 있다.

금리를 인상할 때가 됐다고 대략 합의하고서도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 FOMC가 다가올 때마다 “금리인상이 가까웠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결과적으로는 매번 연기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연준이 과거의 실패는 물론 일본은행과 스웨덴중앙은행의 실패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일본은행은 2000년, 스웨덴중앙은행은 2010년에 긴축으로 전환했지만 경기가 후퇴하면서 정책을 다시 완화 기조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베스 앤 보비노는 “금리 인상 후 실수로 (경기가 침체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연준은 실패가 두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연준은 미 의회에서 정보유출 문제 등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으며, 인사면에서도 과감한 개혁을 요구당하고 있다. 따라서 본업의 실수가 정계의 도마에 오르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그러나 금리인상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오랫동안 조기 금리인상을 옹호했다. 세계적 자산가인 스탠리 드루켄밀러도 연초 한 강연에서 “제로 금리의 장기화로 부채가 과대하게 불어나기 시작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3년까지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체감 경기가 개선되자 주가 수익률도 상승했다. 반면 장기 금리가 하락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면 주가 수익률도 낮아지는 상관 관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2014년 초부터 이같은 관계가 무너졌다. 장기 금리가 하락해도 주가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미니 버블을 발생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라는 말은 금리인상 등 중앙은행의 긴축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변수들에 의해 움직이는 지를 시사한다. 연준은 지난 2004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그 후 3년간 기준금리가 3.75%포인트 인상됐지만 미국 장기 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금리 상승폭은 0.2~0.3%포인트에 그쳤다. 이에 그린스펀은 지난 2005년 2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현상을 ‘수수께끼’로 표현했다.

이 원인은 중국 등 신흥국들이었다. 수출 호황으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던 신흥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아 시장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이다. 이는 부동산 거품을 촉발해 결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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