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대한주택보증 박성표 사장

입력 2007-02-16 11:22 수정 2007-02-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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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으로 사고의 틀을 깬다'

아파트는 분양을 받았는데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 어떡할까. 요즘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한주택보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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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제조합에서 대한주택보증이 탄생한 것은 지난 1999년. 아직 강산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시기지만 이 시간 동안 대한주택보증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 부를 만큼 개혁과 혁신을 번갈아 했다. 그리고 이젠 주공, 토공과 비교해도 좋은 수준의 건실한 주택 공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 같은 주택보증의 혁신의 중심에는 박성표(朴聖杓) 사장이 있다.

◆‘부실덩어리’ 대한주택보증, 8년 만에 자본잠식 해소

박 사장이 대한주택보증 사장직을 맡을 당시 대한주택보증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대한주택보증의 전신인 주택건설공제조합서부터 시작한 누적적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까지 이르렀으며 공기업 식의 안일한 사업 운영체계로 인해 보증 리스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회사는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주택건설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던 아픈 과거가 있었으며, 이러한 위기를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회사의 재무구조 개편과 리스크 정보체계 구축에 우선 힘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대한주택보증은 IMF때부터 박 사장이 맡기 전까지 말 그대로 ‘국민혈세를 먹는 공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이미 회사의 자본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잠식이 된 상태였으며, 활발한 주택시장의 봄이 왔어도 분양 보증 외에 다른 사업은 꺼낼 엄두도 못내고 있는 전형적인 공기업이었다.

“설립 이후 계속된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보증시스템을 개편하고 보증사업장의 사전경보체제를 구축하는 등 보증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했습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주택보증을 5년 연속 흑자 경영으로 이끌어낸다. 그리고 특히 올해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박 사장이 대한주택보증을 맡은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대한주택보증이 역동적으로 변화했다는 점. 아마도 공사 등 공기업 중 민영화가 된 KT등 을 제외한다면 가장 먼저 역동적인 변화 태세로 접어든 공기업이 대한주택보증일 것이다. 주택보증은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내 수익구조 다변화를 기하는 등 민간 업체를 능가하는 역동적인 사업 방식을 구현하기에 이른다.

“PF보증과 하도급대금지급보증 및 임대보증금보증 등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주택성능등급인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수익기반을 마련한 것이 제가 사장으로 있던 시절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이 같은 혁신의 성공 속에서 대한주택보증은 5년 연속 흑자경영 달성과 약 3조2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부동산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조직원의 혁신에 대한 저항감, 수동적인 자세를 바꾸는 것이 혁신의 시작

박 사장이 취임하기 이전부터도 이미 거대 조직으로 자리잡은 주택보증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박 사장이 느낀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그것은 무엇보다 ‘개혁과 혁신에 대해 저항하려는 공무원 심리’였다는 게 ‘공무원 출신’ 박 사장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특히, 저희 대한주택보증은 공기업으로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직장 분위기로 인해 기존 업무패턴을 고수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조직문화가 고착돼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혁신에 대한 불신·무관심 등 수동적 자세였습니다.

구성원간 혁신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TOP-DOWN 방식의 강력한 혁신을 추진한 결과 ‘혁신 따로 일 따로’의 흉내만 내는 ‘무늬’만 혁신에 그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박 사장의 철저한 노력은 대한주택보증 전 임직원의 혁신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요즘 대한주택보증 임직원은 웬만한 민간 기업체는 능가할 정도의 유연성과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다양한 대민업무에서의 업무 만족도 1위가 바로 이 같은 성과의 가시적인 결과물. 이러한 주택보증의 ‘매너리즘’을 타개하기 위해 박 사장은 ‘정도 돌파’를 시도했다. 바로 리더가, 임원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명확한 비전 및 전략 제시, 그리고 리더의 솔선수범이 혁신을 가로 막는 모든 장해의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삼국지에서도 보듯 조조가 그만큼 커다란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명문 출신이라 후광도, 커다란 재산도 아닌 모든 전쟁에서 앞장 서 싸웠던 점. 바로 솔선수범이었던 것이지요. 조직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무엇보다도 리더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일 때만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뚜렷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함께 공유해 나가는 자세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의 비전 및 경영전략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전 직원이 회사의 비전 및 전략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원이 비전 및 전략을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불만만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박 사장은 ‘전 직원 한마음대회’와 수차례의 전사 혁신토론회, 부서별ㆍ직급별 직원간담회 등을 통해 전 직원이 비전 및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노력했다.

경영자로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직원 및 노조와의 대화, 혁신담당직원과의 정기모임이나 혁신워크샵에 직접 참가해 직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과 아울러 직원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관료에서 CEO로 화려한 변신 ‘윤리 추종자’

박 사장은 현재 부동산 금융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의 CEO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볼 때 그는 ‘관료’다. 195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그는 경남고,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후 제17회 행정고시를 통해 건설교통부에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건교부 토지국장,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건교부 기획관리실장 등 경력이 말해주듯, 토지 주택 부문 전문 관료의 길을 걸었다.

그런 박 사장은 지난 2005년 주택금융 기업의 CEO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전문적인 스킬은 정통 금융 재정 관료보다 못할지라도 부동산 시장의 한 주역으로서 신념과 의지는 같았기 때문에 오늘 이 같은 대한주택보증을 만들어 세울 수 있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공기업 사장은 어떤 의미에서 CEO보다는 관료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 사장이 2년 동안 대한주택보증에서 보인 실적은 관료가 아닌 일반 기업의 CEO에 가깝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대한주택보증으로 온 후 변화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박 사장 스스로도 대한주택보증 사장이 CEO가 아닌 관료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이나 자신을 사장으로 내세운 회사에게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줄 것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단지 “유연해졌다”라고 만 스스로 평가한다.

“공무원 시절엔 법과 규정만 따졌지만 CEO가 된 다음부턴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말처럼 박 사장은 실로 50이 넘은 나이에 관료에서 CEO로의 탈바꿈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는 게 대한주택보증 직원들의 이야기다.

그런 박 사장이지만 한 가지에서만큼은 공무원 시절의 원칙을 그대로 지키려고 한다. 바로 윤리성 문제다.

자본시장에서의 경쟁은 결국 비윤리와 더 나아가 ‘모럴헤저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은 공기업이라서가 아니라 대한주택보증의 업무를 생각할 때도 윤리경영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고집불통’이다.

윤리경영에 대한 박 사장의 생각은 뚜렷하다. 현대 사회에서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기업은 죽은 기업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생각. 또 돈 버는 데만 집착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도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런 만큼 인간이 윤리를 지켜야 하듯이 기업도 사회적 실체로서 기업윤리를 지켜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속에서 기업의 존재가치를 부여 받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윤리경영이란 것이 그의 견해다.

박 사장은 윤리경영은 기업의 존재가치를 부여 받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는 주장을 숨기지 않았다.

“취임이후 부터 우리 회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 국민에게 믿음 주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늘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윤리경영과 나눔경영을 경영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저의 재임기간 동안 역점을 두어 이러한 기업문화가 우리 회사에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관료에서 CEO로 탈바꿈한 박 사장은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역시 관료 기질을 버리고 국가CEO를 자임했던 구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 고르바초프다. 사회주의 체제 소련을 붕괴시킨 주역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그래도 경제안정과 정치체제 변화를 위해 노력한 그의 의지가 존경스럽다는게 이유다.

■박성표 사장 프로필

▲1952년 경남 밀양 출생

▲경남고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 대학원 졸업(이학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박사과정 수료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교통부 토지국장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건설교통부 기획관리실장

▲현 대한주택보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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