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조셉 텔르슈킨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입력 2015-08-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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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을 생존케 한 정신적 유산

“그 사람들은 그 험난한 세월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들은 어떻게 금융, 의학, 법률 등의 지적인 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 것일까?” 유대인에 대한 서적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책을 들자면, 저명한 랍비 조셉 텔르슈킨의 저서들을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Jewish Literacy)는 그의 저작인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을 만나라’와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에게 물어라’와 더불어 명저다.

이 책은 기존의 유대인 관련 서적들과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유대교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유대인에 관한 이해를 돕도록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다. 책의 시작 부분이 책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까지 유대인을 생존시켜 온 두 가지 요소를 꼽으라면 하나는 물질적 자산이고 또 하나는 정신적 유산이다. 그중 한 가지만 꼽으라면 그것은 당연히 정신적 유산이 될 것이다.” 왜 그들에게 정신적 유산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물질적 자산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쉽게 잃거나 강탈당하곤 했지만 정신적 유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빼앗길 염려 없이 그들의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완전한 소유물이었다.”

이 책의 핵심은 유대인이 오랜 세월 동안 물려받아 온 정신적 유산에 관한 내용이다. 모두 7부로 구성된 책의 목차는 이렇다. 유대 정신의 뿌리, 고난과 영광이 뒤섞인 삶, 신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믿음, 서구의 영혼을 물들이다, 앞서간 죽음을 망각하지 말라, 유대인이 상속받은 정신 유산, 의무와 책임도 함께 물려받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부와 나머지다. 분량도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제1부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대교의 경전인 ‘히브리 성경’(기독교인들에게는 구약 성경)을 중심으로 서구 사회의 한 축을 형성해 온 기독교와 유대교의 차이를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랍비의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에게 기독교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만큼 유대인의 뿌리에 해당하는 유대교를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 있을까 싶다. 제1부를 충실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구약 성경의 주요 내용뿐만 아니라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70장의 ‘예수는 어떤 인물인가’ 그리고 84장 ‘모하메드는 왜 유대교를 등졌나’ 등과 같은 글들은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95장의 유대교와 기독교의 논쟁을 대표하는 스페인 아라곤의 제임스 왕의 세 가지 질문(메시아는 오셨는가? 메시아는 신인가? 유대인들이 진정한 율법을 따르는가?)은 두 종교를 구분 짓는 핵심 질문에 해당한다. 유대교에 정통한 랍비가 아니라면 이런 점을 쉽게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정신세계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책의 절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유대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인 역사적 사건들과 유산 그리고 관습 등을 소개하고 있다. 2000년 전 랍비 힐렐은 “무지한 사람은 의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가르쳤다. 그는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올바른 행동을 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유대교는 토라가 옳은 지식의 원천이기 때문에 토라를 공부하는 것을 유대 율법의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여겨왔다. “너희 자녀들에게 잘 가르치되 너희가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걸을 때나 누울 때나 일어날 때 그들에게 말해주라.”(신명기 6:7) 놀랍게도 유대 율법은 2000년 전부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학교가 있는 도시에 거주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묵직한 책이기 때문에 한여름용으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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