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 찬바람 '쌩쌩'

입력 2007-02-18 16:22 수정 2007-02-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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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시세 하락...경기 활성화 병행돼야

"외환위기 당시 부산 사상공단과 똑같습니다. 문닫는 중개업소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부산시 한 중개업자의 하소연이다.

연중 최대 주택시장 성수기로 꼽히는 봄철이 다가왔지만 지방 광역시 주택시장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이미 오래된 시장 침체에다 최근 수도권에서 불고 있는 1월 부동산 대책 한파까지 겹치자 봄이 와도 시장을 녹일 대책이 전혀 없다는게 현지의 이야기다.

◆부산 주택시장 사실상 '사형선고' 중개업소 70%가 문닫아

지방 주택시장의 위축은 당장 투기가 아닌 실수요 시장의 주택 경기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부산의 인기주거지 해운대 일대 중개업소는 이미 70%가 문을 닫은 상태다.

해운대는 서울 강남과 비견될 정도로 아파트가 많은 주거지라 투기가 아닌 실수요 거래도 활발했었다. 하지만 이 지역이 이렇게까지 피폐됐다면 사실상 부산광역시는 주택시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란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다.

지방광역시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와 산업의 증가 등 주택시장의 기반은 퇴보 하고 있음에도 주택 호경기를 맞아 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데 기인한다.

업체가 높은 분양가에 신규 아파트를 지어 공급량이 크게 늘었지만 경제력이 크게 위축돼 구매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데다 경제력이 있는 인구는 계속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만 해도 행정수도 이전 소식에 수도권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였던 대전광역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의 인기주거지역인 유성구는 2004년부터 서서히 오름세가 멎어지다 2005년 8.31대책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대전에서는 유성구 관평동 신규 아파트 2,3개 단지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구, 대덕구 등 다른 주거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단지가 8.31 이전 시세에 비해 5% 이상 떨어져 있는 상태다.

대전 유성구 관평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전 일대를 크게 들끓게 했던 행정수도 이전이 시간이 지날 수록 별다른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때 올랐던 집값이 그대로 폭탄이 돼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이뤄져도 실제 들어서는 건 아파트 뿐

이같은 지방 주택시장의 경착륙에 대한 해법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가장 큰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지방 균형 발전 정책 때문이다. 혁신도시 등이 들어서도 신도시 형태로 들어서게 되면 결국 주택만 늘어나게 될 뿐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택시장 공급과잉 해소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천안아산 일대에 공급될 주택물량은 올 한해에만 웬만한 신도시 규모인 2만5000천여 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전체 870만 평 규모인 천안 아산 신도시에서는 현재 개발이 시작된 1단계 111만평에만 7800가구가 지어지는 등 아파트 공급이 줄이을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업체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인 만큼 분양을 안할 수는 없고, 했다간 그대로 폭탄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 지역에서 1000세대 가량 아파트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당초 5월쯤 분양을 할 계획이지만 자칫했다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 분양시기를 놓고 고민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 분양시장은 올 봄 분양시장이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우선 부산광역시의 경우 올 한해 공급 예정 물량은 4만4000여 가구. 이중 6000여 가구가 올 봄 청약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관신도시 등 1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가 많아 분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1만2000여 가구가 올 3~5월에 분양에 나설 예정이라 분양 성공 여부는 지방 주택시장 경착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센텀시티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에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분양가 이하로 매매가가 떨어진 미분양 물량이 많다"며 "결국 올 봄 공급될 분양물량의 분양가는 이들 아파트의 매매가를 넘어설 것인 만큼 차라리 분양가 인하와 중도금 장기 무이자 등 각종 금융혜택이 있는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부산 등 지방광역시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택시장 붕괴현상은 결국 IMF 이후 지방 경제가 크게 침체된데에서 시작된다"며 "지방균형개발은 곧 신도시 건설로 이뤄지는 형태가 아닌 새로운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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