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쇼크 막전막후] ①“저널리즘 열정도 한때”...피어슨, 본업 휘청이자 자산 선별 매각 나서

입력 2015-07-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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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년 전통의 영국 교육·출판 업체인 피어슨이 반세기 넘게 지켜온 산하의 유력 경제지들을 잇달아 팔아 넘기면서 세계 언론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본업이 어려워지자 흑자 경영을 유지해온 산하의 유력 경제지들을 차례로 매물로 내놓은 소유주의 행태에 대표 언론의 위상마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어슨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에 8억44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불과 이틀 뒤인 25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지분 50%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로지 본업에만 충실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피어슨은 산하 FT그룹을 통해 이코노미스트그룹의 주식 50%를 보유하고 있다. 닛케이에 FT를 매각하면서 이코노미스트 지분은 제외해 업계에선 피어슨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FT에 따르면 피어슨은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 톰슨로이터, 독일 악셀스프링거와 이코노미스트 주식 매각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 피어슨은 현재 로스차일드 등 기존 이코노미스트 대주주들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액은 4억 파운드(약 72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피어슨이 FT에 이어 이코노미스트까지 내놓자 영국 신문업계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최고의 신문까지 팔리다니 씁쓸하다” “일본 기업의 홍보지가 되지 않기를 빈다” 등 회의적 반응 일색이다. FT는 25일 ‘새로운 미래, 두려움 없이, 치우침 없이’, ‘닛케이 패밀리에 합류해 명예로운 역사에 차기의 장을 기록할 것을 기대한다’는 등의 사설을 통해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FT는 서구의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며 흑자 및 확대 경영을 계속해왔다. 그러다가 이처럼 단번에 매물 신세로 전락한 건 FT를 소유해온 피어슨의 ‘개인 사정’ 때문이다.

피어슨은 무려 58년간 소유해온 FT를 본업에 주력한다는 이유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팔았다. 매각으로 얻은 자금은 연기금 충당과 채무 상환, 교과서 및 교제 등의 디지털화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본업이 고전하면서 피어슨이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피어슨은 런던에 본사를 두고 미국 캐나다 영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국에서 미디어 및 교육 출판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미국에서 주요 고객을 잇따라 잃었다. 최근 피어슨은 미국 뉴욕과 텍사스, 플라리다 등지에서 장기 교재 납품 계약을 경신하지 못했다. 이 여파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5일 지난해 ‘부정적’이라고 제시했던 피어슨의 신용등급 전망을 유지한다고 재차 확인시켰다.

피어슨은 FT 매각이 결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FT가 그룹 전체의 순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2400만 파운드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순이익이 4억7000만 파운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다. 그러나 FT 매각 이익이 최대 7억 파운드 정도가 될 것이라는 씨티그룹의 추산으로 미루어 꽤 남는 장사임에도 틀림이 없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이유로 파는 것이다. 다만 피어슨은 런던 중심에 있는 FT 본사 건물은 내놓지 않았다. 여기선 고액의 임대료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간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정적으로, 피어슨이 자산 중 언론사만 내놓는 것은 세계 유수의 저널리즘 문화를 만들어온 영국 신문업계에 드리운 그늘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발행부수와 광고 감소로 어려움에 직면한 건 언론 선진국 영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영국의 유료 석간지였던 이브닝스탠다드는 2010년 3월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러시아 백만장자 알렉산더 레베데프에 인수된 후 광고 및 사업을 수입원으로 하는 무가지로 변신했다. 주요 일간인 인디펜던트 역시 레베데프가 같은 해에 인수했지만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선과 시시주간지 타임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미국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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