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11일 死爲酒壺(사위주호) 나는 나는 죽어서 술병이 되리

입력 2015-07-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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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문둥이시인, 아니 한센씨병, 나병 환자였던 한하운(韓何雲) 시인(1920~1975)의 대표작은 ‘보리피리’다. 세 번째 연에 ‘보리피리 불며/인환의 거리/인간사 그리워/피-ㄹ 늴리리’가 나온다. 인환은 人寰, 寰은 고을이나 세상이니 인환은 곧 사람 사는 세상이다. ‘파랑새’라는 작품을 보자. ‘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 되어//푸른 하늘/푸른 들/날아다니며//푸른 노래/푸른 울음/울어 예으리//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 되리.’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한하운의 파랑새는 탈출이며 변신이다. 부디 지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파랑새가 그의 환생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술꾼이 저 좋자고 죽어서 술병이 되겠다고 말하면 얼마나 이해와 동정을 받을까? 중국 후한(後漢) 말에서 동진(東晉) 말까지 약 200년 동안 700여 명의 일화를 기록한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정천(鄭泉)이 이런 말을 했다고 나온다. 정말 징한 술꾼이다. 이백도 이런 말은 하지 못했다.

삼국지 오주 손권전(吳主 孫權傳)에는 이렇게 나온다. “아는 게 많았고 기이한 뜻을 품고 있었으며, 천성이 술을 매우 좋아했다. 임종에 이르러 문중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 죽거든 질그릇을 만드는 도공(陶工)의 집 근처에 묻어라. 백년이 지나 뼈가 썩어 흙이 됐을 때 도공이 그 흙으로 술병을 만들어 주는 게 내 소원이다.’[必葬我陶家之側 庶百歲之後化而成土 幸見取爲酒壺 實獲我心矣]"

고려 때의 문신 이규보는 ‘술통의 미덕’[樽銘]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담고 있는 것을 옮겨 사람의 배 속에 넣는다. 너는 찼다가도 덜어낼 수 있어 넘치지 않는데 사람들은 가득 찬데도 반성할 줄 몰라 쉬 넘어진다.”[移爾所蓄 納人之腹 汝盈而能損故不溢 人滿而不省故易仆] 술통은 욕심이 없는데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인가 보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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