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9일 醉步蹣跚(취보만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입력 2015-07-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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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술꾼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국보’를 자칭했던 무애(无涯) 양주동(梁柱東·1903~1977)의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와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7~1961)의 ‘명정(酩酊) 40년’이 인상 깊다. 명정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것을 말한다.

우리 고가(古歌) 연구의 개척자인 무애는 동서와 고금을 종횡하는 학자이자 해학과 익살의 대가였다. ‘문주반생기’ 중 도쿄 유학 시절 한 방을 썼던 소설가 횡보(橫步) 염상섭(廉想涉·1897~1963)과의 음주행각을 살펴보자. 무애의 글을 축약한다.

무애와 횡보는 유령(劉伶) 이백(李白) 내지 헨리 5세 등과 맞먹는 대주객(大酒客)으로 자처하던 사람들이다. 값싼 하숙 삼첩(三疊)방에서 다른 수입 없이 원고료로 살아가던 두 사람은 둘 중 하나의 고료가 오면 하룻밤 술값으로 탕진하기 일쑤였다. 무애는 먼저 방세를 치른 뒤 나머지 액수를 그에게 고백하고 둘이 나가 마시는데, 횡보는 고료가 와도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눈치를 챈 무애가 값싼 술집으로 가자고 해 1차를 사면 거나해진 횡보가 더 마시자고 한다. 돈이 없다고 하면 “아따, 없긴? 히히히. 예 있어”라며 안주머니에 숨긴 돈을 내보인다.

이렇게 해서 고급 바나 카페로 진출한 둘은 한 달 숙식비로 넉넉한 돈을 다 써 버린다. 만취해 돌아오는 길에는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비틀걸음으로 앞서 뛰어간 횡보가 쓰레기통 뒤에 몸을 숨기면 무애가 짐짓 모른 체하고 지나간다. 그러면 그가 통 뒤에서 나와 “깨꼬! 요기 있는 걸 몰라? 히히히” 한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며 둘은 어깨를 겯고 만산(蹣跚), 취보(醉步), 안 맞는 발걸음을 굳이 맞추어 하숙 문을 두드린다.

양주동의 글은 “아아, 어여쁜 그 치기(稚氣), 우리들 주당의 난만했던 우정이여…”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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