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첫 번째 법정 심문 자리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흘렀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입장에 대해 작심한 듯 반박 논리와 각종 자료를 동원해가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19일 오전 11시 엘리엇과 삼성물산, KCC의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세간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취재진도 몰렸다. 150석 가량의 참관석은 심문 시작 30여분 전에 가득찼고 일부는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서서 심문 과정을 지켜봤다.
심문은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이 반박하고, 또 엘리엇이 재반박하는 등 치열하게 이어졌다.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입장을 청취하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피신청인인 KCC 측은 낮 12시가 넘어서야 심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재판부가 변호인 측에 연신 “간단하게 말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이 지적한 △합병의 필요성 △양사의 합병비율 △자사주 매각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입장을 밝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엘리엇이 “왜 지금 합병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합병 시점에 의문을 제기한 것에 대해 “결국 엘리엇이 희망하는 가치에 도달할때까지 기다려서 합병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현재의 시장 주가는 모두 왜곡됐고, 엘리엇이 허락하는 것만이 합병가치라고 생각하는거냐”고 받아쳤다.
자사주 매각에 대해서도 엘리엇 측의 경영간섭이 확실한 상황에서 정당한 경영 판단이라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혔다. 삼성물산 측은 “엘리엇이 합병을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각은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사들인 KCC 측도 “엘리엇은 합병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게 되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서도 “엘리엇 측이 신청한 가처분 때문에 오히려 주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은 “엘리엇 측은 아마도 중간배당을 통해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드려 할 것”이라며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주주들이 의결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엘리엇의 악의적 주주 권리 행사에 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해 다음달 1일 오전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심문은 이날 한번으로 끝내고, 추가적인 내용이 있으면 이달 25일까지 양측 변호인이 서면으로 제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