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가족으로 산다는 것

입력 2015-06-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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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우리은행 명동역지점 계장

새벽 다섯 시. 알람보다 더 정확하게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입행한 지 벌써 2년 3개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딸내미를 위해 엄마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둘째 딸이 아침밥은 꼭 챙겨 먹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오늘은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까 우산 챙겨라.’ 아직도 엄마는 다 큰 딸들의 일기예보관이다. ‘오늘 신문에 이런 기사가 있더라.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네. 한 번 읽어봐.’ 아직도 엄마는 다 큰 딸들의 선생님이다.

네 딸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그렇다. 외조부의 큰 자부심이던 엄마는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네 딸의 엄마가 되며 꿈을 내려놓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다니며 알았다. 꿈을 접고 ‘엄마’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진지를. 그래서 나는 엄마가 ‘엄마’이기에 존경스럽다.

퇴근 후 집 앞 현관문을 열면 “가영이니? 저녁은 먹었니?”라며 다정스레 묻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바깥세상에서 집으로 돌아옴을 알리는 마법 같다고나 할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야 하루의 긴장이 탁하고 풀린다. 그러고는 어느새 철없는 딸의 모습으로 돌아와 힘들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늘어놓고, 엄마는 조용히 딸의 투정을 들어준다. 그 어떤 말이 이렇게 포근한 엄마의 품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나는 종종 말한다. 엄마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자라서 내 자식들에게 엄마만큼 잘하는 엄마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엄마’라는 단어는 그 단어만으로도 눈부시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너무나도 큰 그 눈부심과 잘 어울리는 분이다. 그 눈부신 단어 덕분에 난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씩씩하게 출근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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