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걸음마도 못 뗀 한국 크루즈산업을 바라보며

입력 2015-06-02 10:35 수정 2015-06-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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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 관광산업이 유럽과 미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에서도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 관광산업의 큰손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이 있다.

아직 중국 크루즈 관광객 수요는 10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 2000만명의 5%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북미와 유럽 크루즈 관광객이 약 8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크루즈요트산업 협회에 따르면 2030년에는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1000만명으로 급성장해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크루즈 관광 수요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아시아시장에서는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로열캐리비언·스타크루즈 등 3개 선사가 43척의 크루즈선을 운항하고 있다. 중국도 10년 전부터 크루즈 육성에 힘써 현재 두 개의 국적 크루즈선사를 운영한다.

크루즈 산업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이 몇 년째 표류하다 올해 초 겨우 통과한 수준이다. 당시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탄식할 정도로 뒤늦은 법안 통과였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최근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 문제로 다시 논란이 되면서 크루즈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결국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 문제와 상관없이 먼저 국적크루즈선이나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선을 올해 안에 출범시키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만큼 해수부 처지로서는 크루즈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필자가 지난달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났던 정웨이항 중국 크루즈요트산업협회 회장에게 크루즈 사업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지체없이 “한국 국적선사가 아니더라도 일단 먼저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정웨이항 협회장은 “공해에 나가면 국제표준의 국적선사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글로벌 국적선사 몇 군데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동등한 경쟁 없이는 크루즈 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크루즈 산업은 국내 선사 간의 경쟁이 아니라 4~5개의 글로벌 국적선사가 독식하는 시장에서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한다는 정웨이항 협회장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제주도에선 계란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간급인 11만톤 크루즈선 하나만 제주에 들어와도 승객과 승무원 등 약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먹을 계란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루즈선은 필요한 물품 대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이들이 먹고 마시는 물품만 5톤 트럭으로 5대 분이어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크루즈 관광객이 지난해 제주나 인천 등 기항지에서 쓴 돈이 1인당 평균 117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명이다. 특히 11만톤 크루즈선 한 대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승무원만 1800여명이고 관련 일자리를 따지면 이보다 2~3배 더 늘어난다. 해수부가 추산한 크루즈 산업의 규모는 2020년까지 1조원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크루즈 시장에서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경쟁하기에는 힘이 버겁다. 이런 상황에서 내국인 카지노 허용 문제로 다시 크루즈산업이 표류하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하다.

크루즈선을 타보면 선상카지노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오픈돼 있다. 베팅 금액도 1~2.5센트에 불과해 실제 1인당 베팅금액은 4박5일 크루즈선을 탔을 때 8만~9만원 수준이다. 무엇보다 선상카지노는 공해상에서만 가능해 실제 운영 시간이 하루 8시간을 넘기기 어려운데다 여행 비용이 최소 70만원에서 보통 100만원을 넘어가 도박을 하고자 크루즈선을 이용하기에는 무언가 맞지 않는다. 굳이 내국인이 비싼 비용을 들여 도박을 하기에는 강원랜드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

크루즈 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선상카지노 허용 문제 논란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산업 육성에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지금도 크루즈 시장을 놓고 일본이나 중국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늦은 만큼 아까운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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