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좀 ‘지저분한’ 부부이야기

입력 2015-05-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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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어제가 부부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서 하나(1)가 되자는 취지로 5월 21일을 선정했다고 한다. 하루 지나 부부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이 글의 제목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겠다. 이건 부부 이야기이긴 한데, 좀 지저분한 이야기다. ‘지저분한 부부’ 이야기는 아니다. 읽어 보면 그게 그거라고 할지 몰라도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전에 내가 쓴 글을 인용하면(이런 걸 자기표절이라던가?) “야, 니 마누라 참 멋있더라” 하는 것과 “야, 니 마누라 참 맛있더라” 하는 것은 엄청 다르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글에서 냄새가 날지 모르지만 참고 읽어 보자. 몇 년 전 화장실이 딸린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여친이 응가가 마렵다며 화장실에 갔다가 빌려준 돈을 10년 만에 받은 것처럼 개운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데 냄새가 심하게 났다. 방에 화장실이 붙어 있어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갈수록 냄새가 진해지고 아무래도 똥이 바로 코앞에 있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상하다 싶어 여친에게 일어나 보라고 했더니 아 글쎄, 등쪽 상의 끝에 거시기가 묻어 있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밑을 닦다가 상의가 화장지에 말려 들어간 것 같았다고 한다(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 머리가 나빠 잘 모르겠음).

그래서 손으로 떼어내 주긴 했는데 도무지 냄새가 빠지지 않아 치약 한 통을 다 짜서 옷에 처발랐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미안하고 무안해서 고개도 못 드는 여친과 좀 더 사귀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어 결국…그녀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에 흔히 등장하는 ‘아무개,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결국…’ 하는 식의 낚시제목성 글쓰기였다. 좌우간 여친이 되게 사랑스럽고 좋았나 보다.

이 글을 본 어떤 남자가 소개한 자기네 집 이야기. 마누라님이 화장실에서 응가를 했는데 변기가 꽉 막혀 버렸다. 아아, 이 일을 어째? 당황한 마누라는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남편 몰래 슈퍼마켓에 뛰어가 거시긴지 머시긴지 막힌 변기 뚫는 물건을 사 가지고 헐레벌떡 돌아왔다. 그런데 변기가 깨끗해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남편이 두 손으로 ‘도랑 치고 가재 잡듯 잡은 물고기 되살려 보내듯’(이건 나의 표현) 다 잘 처리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두 남자는 참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테니까. 사실은 내가 그런 경우를 당해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내 모르게 어찌어찌 해보려고 장시간 씨름한 적은 있다. 무슨 일이냐고(대충 다 짐작하면서) 묻는 아내에게 “알 거 없어!” 그러면서 화장실 문도 못 열게 하고.

그런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로 ‘당황하지 말고’ 잘 대처해야 한다. 넓고 접착력이 강한 테이프나 투명한 랩을 갖춰 놓아야 한다. 그걸로 변기의 윗부분을 꼼꼼하게 막아 바른다. 그리고 변기의 레버를 작동시키면 변기 안의 물이 역류하면서 엄청난 압력이 생겨 랩이 부풀어 오른다. 그때 랩을 꾸욱 눌러주면 압력이 반대로 작용해 변기 안의 막혔던 게 싹 빠져 나가는 것이다. 랩을 발라 붙이기 전에는 반드시 물기가 없게 변기를 깨끗이 닦아야 한다.

변기 뚫는 법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남녀는 물론 유별하지만 부부는 어디까지나 이렇게 함께 먹고 함께 싸는 허물없는 관계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 글이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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