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특별 기고] 신달자 시인- 엄마 엄마, 나 아파 죽겠어!

입력 2015-05-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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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돈을 드리고 싶다. 5월이 되면 더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각이다. 나는 어머니가 만져 보지도 못한 오만 원을 들고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어 한다. 왜 그렇게 그것은 어려운 것이었을까.

어머니는 몸이 무거워 늘 택시를 타야 했다. 어머니의 용돈은 택시값과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것에 거의 들어갔다. 몸이 무거워 남의 힘을 빌려야 했던 것이다. 지금처럼 내가 운전을 하고 자가용으로 어머니를 태워 드리면 어머니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하하 웃으셨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웃게 해 드릴 일이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살림이라는 것을 맡아 전전긍긍 살아가느라 내 주머니는 늘 몸살을 앓았다.

천 원짜리 한 장을 가지고도 몇 가지를 겨누고 절절 매면서 살아갈 때 난 어머니에게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도 언제나 망설였고 줄까 말까로 내심 갈등했던 것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운다. 어머니를 보내고 30년. 나는 어머니가 그리워 운 세월이 100년이 넘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머니가 그리워 몸이 오그라든다. 내 차를 태우고 내가 운전을 하면서 고향을 간다면 어머니는 아마도 숨을 쉬지 못하실 것이다. 그 벅찬 감정으로 결국은 어머니는 엉엉 울고 말 것이다.

내가 교수가 된 것을, 강연을 하는 것을, 내가 상 받는 것을 보신다면 아마도 그 벅찬 감정으로 기절하실지 모른다. 지금 내 지갑에 만 원짜리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을 안다면 그래서 그 돈을 쑥 뽑아 어머니를 드린다면 어머니는 몸이 얼어 버릴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가장 어려운 시절에 돌아가셨다. 만 원짜리 두 장을 드리는 것은 늘 꿈이었다. 처음 출판사에서 돈을 받았을 때 난 어머니 무덤 앞에 제일 먼저 십만 원짜리 수표를 묻었다. 열 장이라도 좋았다. 그것은 그냥 상징이었던 것이다.

“엄마! 이거 내가 번 돈이야.”

어머니는 아마도 저승에서도 수많은 이웃을 불러 잔치를 했을 것이다. 내 딸이 번 돈이라고 하면서 어깨를 좍 펴고 딸자랑을 하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살아생전 딸을 가지고 자랑할 것이 없었다. 우리 어머니같이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이다. 엄마에게 돈을 드리고 싶다. “엄마! 돈 필요해?” 그리고 세지 않고 뭉텅이로 어머니 두 손에 꽉 쥐어 드리고 싶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돈을 드리는 갈증의 꿈을 꾸는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어머니가 황홀하도록 용돈을 드려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가 보고 싶다. 진심으로 날 위한다는 생각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어머니다. 내가 힘겨워 하면 아이들을 떼어내고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자라고 부채를 살살 흔들어 주시던 어머니, 내가 좋아하는 부추전을 부쳐 주시며 너만 먹으라고 어서 많이 먹으라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제발 누워 쉬라고 말해 준 사람은 이 세상에 내 어머니밖에 없다.

이 엄청난 사랑을 나는 아직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너무 피곤하고 몸이 아프면 나는 지금도 어리광을 부리며 말한다. 엄마의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칠순의 딸이 지금도 떼를 쓰며 말한다. 엄마! 나 아파! 아파 죽겠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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