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의 키워드는 업종 밀집도와 경쟁력 분석

입력 2006-12-22 14:30 수정 2006-12-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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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얼마 전,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중년의 한 PC방 주인으로부터 현장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비싼 출장 상담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굳이 현장에서 상담하고자 했던 점주의 심정을 현장도착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보라매 상권은 인근의 신림동과 봉천동 다음으로 큰 상권으로 어떤 업종을 해도 그다지 무리 없게 안착했던 곳이다.

3년 전, 그는 80평 PC방을 친구로부터 권리금 3억원을 주고 인계 받았다. 권리금이 턱없이 높았지만 학생들이 줄서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저것 따질 여유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다. 재 오픈 당시 100대의 PC에서 올린 매출은 월평균 3천만원. 시간당 1천원을 받아 월 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얼마나 잘됐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같은 건물에 더 큰 PC방이 2개나 들어섰고, 반경 1.5Km안에는 무려 51개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통상 같은 건물에는 동업종을 1개 이상 입점시키지 않는 것이 상관례지만 그 건물은 분양된 건물이라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매출은 급전직하해서 월 5백여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꽤 장기간 적자를 내다보니 권리금이고 뭐고 포기하고 누가 인수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PC성능을 높여 옛 매출수준으로 회복하려고 추가로 투자한 5천만 원도 휴지가 되어 버렸다는 그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그가 내뱉듯 던진 힘없는 한마디는 “사전에 상권분석을 의뢰했어야 했는데...”였다.

상황2.

제주에서 안경점을 하는 한 안경사가 지인의 소개로 찾아왔다. 아이들 교육문제로 서울로 이사와야 하는데 서울에는 예전과 달리 안경점들이 입지에 따라 안 되는 곳이 많다는 소문이 들려서 상권분석을 의뢰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안경점이 잘되는 상권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현재 서울에서는 거주인구 가운데 화이트칼라 비율이 평균치보다 높고, 소득수준은 370~420만원 정도의 상권이 잘되며, 근린상권이나 광역상권 보다 지역 형 상권이 유리하다는 점 등을 일러주었다. 그리고 만일 유망한 상권인데 안경점이 포화상태라면 유사상권을 찾아주는 컨설팅을 받아보는 게 유리하다는 점 등 창업 전에 챙겨야 할 몇 가지 사항도 주지시켜주었다.

상권분석은 단지 입지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종의 사업계획서’이므로 입지서치 뿐 아니라 경쟁력분석, 적정 권리금 산출과 금액 다운(down) 협상, 목표고객 설정, 추정매출액 산출, 마케팅 기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상권분석을 해 달라는 정식 요청이 없다. 예측컨대 컨설팅 수수료가 부담이 되는 모양인 듯 하다. 상권분석은 사업의 성패를 가능할만한 중대 사항이며 자칫 소홀하면 수수료의 수십배를 손해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데도 통상 사전에 들어가는 지식비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색하다. 특히 안경점, 병원 등 소위 사(士)자 돌림 전문가들이 더욱 그렇다. 1만 8천여개에 이르는 극포화 안경점 실태를 외면한 채 단지 감(感)으로 창업하려 한다면 그만큼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다.

경쟁우위를 지키려면

위에서 보여준 <상황1>의 사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업종간 경쟁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전문 업종의 창업자들이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사전준비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음식업, 소매업은 물론이고 안경점과 같은 서비스업에도 창업자의 경영능력은 기본이고 입지선택에 각별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경쟁점포와의 우위확보를 위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완전 자유경쟁 시장에서 다수의 시장참여는 무제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반경 500m이내에 안경점 1개만 존재하는 독점적 상황(monopolistic situation)을 설정해 보자. 안경점주 입장에서 보면 안경테 1개를 판매하는데 소요되는 한계비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이익이 만나는 지점에서 판매량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즉, 추가로 발생하는 이윤이 0(zero)가 되는 지점에서 판매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시장의 수요와 교차되는 면적이 전체 이윤의 폭이 된다. 독점적 상황에서 이윤의 폭을 넓히려면 가격을 높이던가 아니면 시장수요를 높이는 방법이 점주가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독점적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될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경쟁점포가 들어와 시장을 분할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결국 고객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인접한 안경점을 찾게 될 것이고, 교통비(travel cost)가 중요한 변수로 올라서게 된다.

따라서 경쟁상황에서의 생존의 열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저가정책을 들 수 있다. 경쟁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안경테를 팔게 되면 구전효과에 의한 연쇄매출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가장 접근성(接近性)이 뛰어난 입지점에 점포를 얻는 방법이다. 같은 값이면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용이 덜 소요되는 점포를 찾게 마련이다. 결국 이 2가지 요인에 의해 해당 점포의 전체 판매량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상권이 결정된다.(표 참조)

물론 이러한 상황은 다른 기술적 요인, 예를 들면 브랜드인지도, 상품과 서비스의 질, 점포사이즈와 인테리어 등의 변수에 의해 판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상권설정이나 입지조건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경쟁적 상황에서 전체시장의 크기는 해당 상권에서의 적정 점포 수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해당 점포의 한계순익이 0이 되는 지점이다. 즉, 안경테를 비롯한 관련서비스 X개를 팔아서 임대료와 인건비, 판매원가 등 모든 지출항목을 제하고 순수익이 0이 되는 시점을 말한다.

1동 2점이면 적절

산술적으로 접근하면 1개 동(洞)에 2개 안경점이면 황금비율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유엔의 밀집도지수 참조) 우리나라 읍면동이 3,512개이므로 7천여개가 적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협회 등록점만 해도 8천여개가 넘고 비등록 점포까지 합하면 1만 6천여개로 추산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다시 한 상권에서의 독점적 상황으로 넘어가 보자. 상권분석에서의 백미는 예상매출액 산출이다. 이는 전체 세대수 혹은 인구수를 파악하고, 해당 서비스(상품)의 이용 빈도수를 알아낸 다음. 여기에 객단가를 곱하면 독점적 상황에서의 예상매출액을 가늠할 수 있다. 점포면적을 기준으로 면적점유비율을 가중치를 고려하는 방법도 있다. 만일 동일 상권에서 동일조건을 가진 2개 이상의 경쟁점포가 있다면 매출을 2등분하면 되는데 필자가 연구한 결과 언급한 바, 1洞 2店이면 안착에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동일한 조건에서 이 정도의 공생관계는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점포도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점포의 위치, 점포의 크기, 상품 혹은 서비스의 질, 안경사의 상담능력 등 경쟁 요인은 아주 많다. 좁은 시장에서 경쟁의 의미는 단순히 이익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살기 아니면 죽기의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동업종 점포가 영업할 경우, 결국 1점으로 승부를 가리는 써든데스(sudden death)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설사 독점적 지위에 도달하더라도 회복하는데 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초기 입지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점포계약 이전에 내가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과학적인 상권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한국사업정보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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