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투자 세미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중국·소비·모바일융합… 올해 ‘3C’ 섹터에 주목”

입력 2015-04-14 10:19 수정 2015-04-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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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인터뷰

▲9일 서울 반포 메르어트 호텔에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강병천 회장이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세영 기자)

‘IMF 당시 종잣돈 1억원을 1년 만에 150억원으로 불린 미다스의 손’.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린다. 그런 그는 소탈한 성품과 함께 자유로운 상상을 즐기는 ‘낭만주의자’다.

수탁고 5조원을 돌파한 독립계 운용사 오너지만, 맵시 좋은 수트를 입는 대신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즐긴다.

강 회장은 “자전거를 타면서 요즘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뭔지,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서 유행의 아이템 등을 발굴하는 상상이 재미있다”며 “올해부터는 균형적 사고의 근간을 자연에서부터 찾기 위해 경북 문경에 땅을 구입해 11가지 종자의 씨를 뿌려 농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국면에서 선물, 옵션 투자도 아닌 우량주 투자로 150배의 수익률을 거둔 그의 투자 비결은 철저한 기업의 내재가치와 미래 성장력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꿈과 열정이 풍겨나는 기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소신과 투자 철학으로 운용사를 설립한 강 회장은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물려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게 꿈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기 좋아하지만, 본인이 간직한 투자 철학만은 확고히 지켜나가는 고집 센 투자전문가다. 자본시장의 메카인 여의도를 뒤로하고 상상력의 본거지인 판교 테크노밸리로 지난해 본사를 이전한 것도 어찌 보면 강 회장이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다.

◇기업 재무제표와 회계학에 미친 섬마을 소년=전라남도 신안 섬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강 회장은 어린시절 돈에 대해선 사실 큰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돈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비전 있는 전공을 택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대학교 진학 후 상경했을 무렵이다.

5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책임감이 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전남의 명문 목포고를 졸업한 강 회장은 1980년 한국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4년 장학생으로 등록금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학교를 다시 입학하게 된다.

그는 “군에 입대한 이후 미래 시대에는 전산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영과 전산을 동시에 배우고 싶어서 군 제대 후 학력고사를 다시 치렀다”며 “마침 한국외대에 경영과 컴퓨터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경영정보학과가 생겨 1기로 입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 정도 공부하면서 전산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조기졸업을 앞두고 한국제록스의 추천서가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한국제록스는 외국계 기업으로 대학 졸업생들이 선호하던 직장이었다. 그러나 한국제록스 입사는 실패했다. 이후 1987년에 동방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강 회장은 “만약 한국제록스에 입사했다면 내 인생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증권사로 입사하면서 투자업무를 알게 된 것이 내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회사는 강 회장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 전산실로 발령을 냈다. 사실 강 회장 본인은 전산이 적성에 맞지 않아 회계학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말이다. 지점에서 IPO 유가증권 신고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던 그는 결국 사표를 냈다. 그리고 89년 쌍용투자증권에 지원, 꿈에 그리던 지점 영업으로 발령이 난다.

강 회장은 “89년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지점 발령 이후 조정국면을 거쳤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고객이 신용을 못 갚으면 직원이 갚는 폐해가 91년까지 이어졌지만 IPO가 봇물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공부가 많이 됐다”고 전했다.

◇“기업의 본질 가치가 주가를 결정” 150배 성과 안긴 비법=1992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강 회장은 본점 펀드매니저로 발탁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펀드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당시 쌍용투자증권은 증권업에 몸담지 않은 인문학, 공학 등 전공자를 대대적으로 선발했다. 증권업 경력자로 합격한 사람은 강 회장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3년간 회사 자금 200억원을 운용하면서 800억원으로 불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비슷한 투자철학을 갖고 있던 친구들과 부티크를 차렸다. 1998년 제도권 펀드매저를 그만둔 그는 주식에 투자해 150배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그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투자철학이 비슷한 친구들과 이강파이낸셜이라는 부티크를 공동 창업했고 대성자원이라는 회사에 투자해 1년 만에 10배의 수익률을 거뒀다”며 “대성자원은 국가보조금이 자본 잉여금으로 잡히고 대구도시가스 등 자회사 실적 호조세, 카지노 개발 열풍 등 여러 호재가 맞물렸는데 아무도 당시 그 회사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계학에 미쳐 재무재표에 통달했던 강 회장이었기에 진흙 속에 가려진 옥석 기업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수익률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몇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강 회장은 대성산업의 재무제표와 투자한 이유를 설명하며 의혹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당시 강 회장이 대성산업을 매도한 이후 실제로 작전세력들이 개입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는 증권주 우선주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1주당 액면가 500원짜리가 3개월 만에 1만2000원이 되는 천운이 따랐다. 이때 그가 번 돈이 100억원이다. 강 회장은 증권주를 팔고 다시 ‘한진’을 매수한 뒤 되팔아 50억원을 거머쥔다. 확실한 종잣돈을 확보한 그는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개업하고 본격적인 가치투자의 길을 걷게 된다.

에셋플러스는 자문사로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2000년대 중반 자문 계약액이 5000억원에 이르는 선두 자문사로 발돋움한다. 자문사 CEO 시절 강 회장은 고객들에게 평균 3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 스타자문사라는 칭호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직판 운용사로 운용사 첫발… 꾸준한 투자철학 유지도 중요=2008년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강 회장은 그간 지켜온 투자 철학을 일반 투자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대변화를 맞이했다. 판매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투자철학을 직접 알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직판(직접판매)운용사’로 타이틀을 단 것.

강 회장은 가치투자의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격은 가치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가치를 보는 관점은 각각 다르지만, 내 기준에서는 가격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치”라며 “나만의 가치 투자 개념을 정의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투자철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기업의 본질 가치가 주가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신념, 그것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고집과 투자철학은 에셋플러스의 대표펀드에도 묻어난다. 실제 출범 당시 선보인 3종류의 펀드를 주축으로 잦은 펀드 출시를 지양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택한 그의 정공법은 성공했다. 대표펀드인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와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는 설정 이후 현재 피어그룹 대비 상위 1%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박스권 장세가 절정이라 환매가 절정이던 지난해 6000억원이 넘는 신규 뭉칫돈을 유치시켜 가장 부러움을 받은 인기 운용사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2015년 유망테마는 ‘3C&FUN' …환율과 M&A는 변수=올해 강 회장이 가장 눈여겨보는 투자 섹터와 유망지역은 일명 ‘3C&FUN’ 이다.

강 회장은 “3C는 중국(China), 소비(Consumption), 모바일융합(Connection)이고, FUN은 France(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 파워), the United States(미국의 혁신과 창조적인 사고), Newzealand(뉴질랜드의 유기농 등 고급 소비품)가 주는 메시지에 주목하자고 만든 나만의 신조어”라며 “장기적으론 3C에 주목하지만 1~2년 단기적 변수로는 환율과 기업들의 M&A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급등한 유로와 엔화도 결국 근간을 살펴보면, 자국 내 환율이 약세인 까닭이 크다는 논리다. 이 같은 관점에서 유럽 1등 기업, 구조조정을 마친 일본기업, 중국 주식 등이 유망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투자 적기 타이밍과 관련해 그는 “가치투자 관점에선 늘 적기”라며 “다만 시장 관점에선 지금이 적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회사 측면에선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성과를 낸다는 의미에서 올해 ‘비전2020’도 발표했다. 그간 갈고 닦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한편, 해외 투자자 공략에도 시동을 건다는 속내다.

지난 3월 1일자로 판교 본사 1주년을 맞아 새 도약에 나서자는 비전 발표인 셈이다.

판교 이전으로 가장 좋은 점을 묻자 그는 “여의도는 기본적인 이해가 있을지 몰라도 상상력은 부족하다”며 “판교 신사옥 주변엔 한국을 먹여살리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문화기술(CT) 등 미래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포진해 기업에 대한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키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실제 기업 네트워크 측면에서 판교 이전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소위 판교에 위치한 ‘1조클럽’ CFO들을 대상으로 강 회장이 직접 강의에 나선 도시락 미팅도 진행했다. ‘1조 클럽’은 향후 시가총액을 1조원으로 키우자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커뮤니티로 안랩, KG이니시스, 한컴, 메디포스트 등 32개 업체가 회원사로 있다.

오는 22일엔 최광욱 CIO가 예비 상장기업들의 모임인 ‘프리 1조클럽’에서의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무한 상상주의자’ 강 회장은 연초 사내조직 문화도 초장기 투자로 가자는 차원에서 회장, 사장 등 직급을 과감히 생략하고 영문 이름을 호칭화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최근 중국에서 대학원을 마칠 정도로 중국애가 강한 그의 이름은 ‘첸’(Chen). 첸은 광둥어로 강 회장의 이름 중 하나인 천(天)으로도 읽힌다.

강 회장은 “장기, 가치 투자 철학을 지향하는 운용사답게 상하 관계를 대변하는 직급을 없애고 정년 부담 없이 외국처럼 80세가 넘어서도 펀드를 운용하는 사내 문화를 구축하고 싶다”고 배경을 밝혔다.

봄바람 휘날리며 자전거 타기에 한창인 그가 또 어떤 상상으로 투자자들과 자본시장을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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