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마스터스다. 통산 140승의 과거 ‘빅3’ 타이거 우즈(40)와 필 미켈슨(45ㆍ이상 미국), 어닐 엘스(46ㆍ남아공)의 황홀한 역주행이 이어졌다. 이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스터스가 황홀한 이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은 참가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1ㆍ2라운드 스코어만 놓고 보면 2000년대 초반 마스터스 기록이라 해도 의심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번 대회 최대 흥행카드인 타이거 우즈는 4년 만에 60대 스코어를 작성했다. 우즈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7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900만 달러·97억6000만원) 2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공동 19위에 올랐다.
사실 우즈의 선전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허리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전했던 터라 샷 감각을 끌어올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마흔을 넘긴 나이다.
하지만 PGA투어 통산 79승을 자랑하는 우즈는 이날 첫날 1오버파 부진을 깔끔하게 씻어내며 전성기 버금가는 기량을 뽐냈다. 그리고 마스터스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향해 3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마스터스의 사나이’ 필 미켈슨은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6위를 마크했다. 4번홀(파3) 보기로 주춤했지만 8번홀(파5) 버디로 잃었던 한 타를 만회했고, 11번홀(파4)과 13번홀, 15번홀(이상 파5), 17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만들어내며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PGA투어 통산 42승을 자랑하는 미켈슨은 올 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휴매나 챌린지 공동 24위, 혼다 클래식 공동 17위, 셀휴스턴 오픈 공동 17위에 올랐지만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미켈슨의 반격이 더 반갑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왜 ‘마스터스의 사나이’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어니 엘스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로 7위를 마크했다. 전날 5언더파 맹타를 휘두를 덕이다.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성공시킨 엘스는 5번홀(파5) 보기에 이어 7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8번홀(파5)에서는 버디로 한 타를 만회하며 전반 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쳤다. 이어진 후반 라운드에서는 10번홀과 11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12번홀(파3)을 파로 막았고, 13번홀과 15번홀(이상 파5)을 각각 버디로 장식하며 이븐파 스코어를 작성해냈다.
엘스는 PGA투어 통산 19승을 달성,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과 함께 ‘빅3’로 통했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 때문일까. 스윙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렸고, 어느덧 엘스란 이름도 팬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올 시즌은 7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5개 대회 연속 컷오프 수모를 겪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13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십 공동 46위가 그나마 나은 성적이다.
이들 3인의 PGA투어 통산 우승을 모두 합하면 무려 140승이다. 이들은 140승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비록 지금은 세월의 무게로 인해 전성기 기량은 잃었지만 그들의 플레이를 한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을 느낀다. 바로 마스터스의 무대 오거스타 내셔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