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우리나라에서 골프란 무엇인가

입력 2015-04-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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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골프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여자 골프선수는 사실상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할 때마다 수많은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는 사치와 부패, 로비(lobby)의 심벌로 여겨졌다. 역대 정부가 공직기강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공직자 골프 금지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역대 정부에서 공직자들의 골프는 규제 대상이었다. 현 정부도 공직자들의 골프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 공직자들의 골프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우리나라에서는 뉴스가 되고 있다.

때로는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을 넘어 가무음곡(歌舞音曲) 정도로 취급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충일에는 공직자들이 골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수많은 공직자가 현충일에 골프를 하였다고 징계를 받았다. 현충일에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가무음곡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가무음곡인 셈이다. 현충일에 등산하고 테니스 하였다고 징계받은 공직자는 없다. 골프가 가무음곡이라 하면 왜 현충일에 공직자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모든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충일에 기업인, 언론인 등 공직자 이외 사람들은 제한 없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에서 현충일에 골프는 공직자에게는 가무음곡이고 비공직자에게는 스포츠인 것이다. 단속하는 논리가 분명치 않지만 해마다 현충일 골프 단속은 지속되고 있다.

논리야 어떻든 역대 정부가 공직자들의 골프 규제를 공직기강 확립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과거에는 골프가 비용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운동이었다. 골프채 구입이나 한 라운드 경비가 보통의 공직자 봉급 수준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자기 돈으로 골프 치는 공직자는 없었던 셈이다. 따라서 공직자들의 골프를 공직기강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즉, 골프가 일부 계층의 특수한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 스포츠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우선 골프가 과거에 비해 대중화되었다. 대기업의 과장급 이상만 되어도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운동을 하는 스포츠로서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어느 구기운동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1년에 내장객 연인원이 3300만명에 이른다. 더구나 다른 물가는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수의 증가로 그린피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골프는 더 이상 부유층만 즐기는 사치적인 운동이 아니다.

불법적인 뇌물이나 향응의 제공은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골프가 대중화된 시대에 골프만을 부정한 접대행위로 인식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앞으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일정 금액 이상의 접대는 모두가 단속 대상이 되므로 골프만을 특별히 단속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급속한 노령화와 세계 경제의 침체 등으로 저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국내 수요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데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소비 부진을 가중시키고 있다. 골프를 아직도 사치적인 소비로 인식하여 회원제 골프장의 재산세는 다른 부동산에 비해 5~20배 높고 내장객에 대해서는 2만4000원의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금 등이 국내 골프비용을 비싸게 만들어 매년 연인원 200만명이 해외로 골프 치러 나가 연간 4조원 정도를 해외에서 소비하고 있다. 그중 절반만 국내 소비로 전환되면 2조원의 내수가 증가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유 있는 계층이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골프를 가무음곡이나 부정적인 접대의 대상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인식에서 모든 국민이 즐기는 대중스포츠로 보는 정상적인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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