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와 줄리 잉스터 사이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4-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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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왼쪽)와 줄리 잉스터가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주목받았다. 두 노장 선수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AP뉴시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번째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두 노장 골퍼가 주목받았다. 최고령 출전자 줄리 잉스터(55ㆍ미국)와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박세리(38ㆍ하나금융그룹)다.

줄리 잉스터는 1983년 LPGA투어에 데뷔해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 입회 꿈을 이룬 전 세계 골퍼들의 로망이다. 메이저 대회 통산 7승을 달성했지만 아직도 현역 선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PGA투어 한국선수들의 맏언니 박세리는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해 그해 ‘맨발투혼’을 발휘하며 US여자오픈을 제패, 지워지지 않을 명장면을 남겼다. 통산 25승(메이저 대회 5승 포함)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고, 지금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성적은 그다지 눈부시지 않았다. 박세리는 2라운드 후 컷 탈락했고, 잉스터는 1라운드에 반짝했지만 최종성적 공동 64위로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팬들이 두 사람에 주목하는 이유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양국의 골프 영웅이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1990년대 후반 맹활약을 통해 수많은 ‘세리 키즈’를 양산해내며 국내 골프 붐을 주도했다. 박인비(27ㆍKB금융그룹), 유소연(25ㆍ하나금융그룹), 최나연(28ㆍSK텔레콤)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박세리를 보며 골프선수 꿈을 키운 대표적인 ‘세리 키즈’다.

“박세리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어린 선수들과의 인터뷰 중에는 이 말이 빠지지 않았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이름 석 자 뒤엔 골프에 대한 열정과 패기,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한 듯하다. 박세리를 연호하던 사람들이 잉스터의 즐기는 삶을 쫓기 시작했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데뷔한 어린 선수들은 잉스터의 전성기 시절 맹수 같은 플레이를 보지 못했을 터다. 결국 잉스터에 대한 존경심은 골프 실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입증한다.

잉스터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역사적 대기록을 남겼지만 결혼 후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은 물론 자기관리에도 철저하지만 투어 관련 일이라면 늘 앞장섰다. 외국 선수들과의 거리감도 없어서 지난해 장정(34)의 은퇴 경기였던 포틀랜드 클래식 2라운드 후에는 깜짝 파티를 열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미국팀 캡틴으로 출전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위적으로 변해버린다. 주변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지시하고 훈계하는 데 익숙하다. 자세를 낮춰 먼저 접근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원한다. 그러는 사이 젊은 사람들과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

나이 차가 서른 살 이상인 어린 선수들과 경기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기장에 나가는 일에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잉스터의 출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그가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늘 지금처럼 함께 라운드하고 싶다.” 잉스터를 향한 후배 선수들의 진심어린 존경심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한 감동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그 감동은 박세리의 ‘맨발투혼’보다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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