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데이비드 즈와이그, ‘인비저블’

입력 2015-04-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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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성공’을 좇는 영웅들

타인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실제 가치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떠밀리듯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인정이 가진 빛과 그림자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삶을 사는 지혜 가운데 하나다.

이런 점에서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인비저블’(INVISIBLES, 민음인)은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책이다. 자기 홍보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에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의 특성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비저블’은 누구인가.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주목하게 되는가. 그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샘이 날 정도로 일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또한 그들은 전문성을 증진하고,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고, 기꺼이 무거운 책임을 질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다. 조용한 고수들은 세 가지의 뚜렷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치밀성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이다.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현상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인비저블에 속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일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들의 인정이나 찬사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통해 기쁨과 만족감을 얻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가 공항 표지판을 만드는 50대 초반의 짐 하딩의 이야기다. 그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딩은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가 일을 잘하기만 하면 길 찾기는 사람들이 미처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경험을 향상시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취는 남들의 인정이지만 하딩에게는 무명으로 남는 것이야말로 영예의 훈장이다.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실험이 심리학자 샘 글럭스버그의 연구다. 창의적 발상이 필요한 복잡한 과업을 완수하는 데 대해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적 보상이 집중력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창의적 사고에 필요한 폭넓은 시각을 좁힌다는 이론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비저블들은 외부의 보상에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내적 동기와 보상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그렇다고 해서 인비저블들이 외적 보상을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적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높은 성과로 말미암아 높은 보수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노트르담대학의 티모시 저지 교수는 사업가의 성공을 내다볼 수 있도록 돕는 주요한 변수 한 가지를 소개한다. 그는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과 성격 연구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신중하고 주의 깊고 자제력이 강하며 깔끔하고 지적인” 특성을 든다. 이런 특성은 사업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꼼꼼함과 치밀성이 결합되면 개인의 성취와 발전을 향한 여정은 더욱 강력하고 가속도가 붙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124층으로 구성된 상하이 타워의 수석 공학자를 맡았던 데니스 푼은 “책임자가 된다는 도전을 두고 불안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면 안 됩니다. 그보다는 명예롭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야죠”라고 말한다. 책임에 대한 열망과 심지어 그것을 향유하는 경향이야말로 인비저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뚜렷한 특성이다.

외적 성과와 자기 브랜드를 부추기는 시대에 내면적 만족과 외면적 풍요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나름의 철학과 주관이 필요한데, 생생한 모범 사례들은 “소란스러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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