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는데…

입력 2015-04-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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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경제가 살아난다고들 한다.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주택거래량 급증과 그로 인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결과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다. 이 기대대로 부동산 3법 통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그 결과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이 기대에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 함정은 작년 8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주택거래량 급증을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고 마냥 기뻐하기엔 걱정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4년 주택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섰다지만 상당 부분이 빚 내서 집을 산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후 주택거래량도 급증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급증한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올해 2월만 보더라도 한 달 사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예년 평균의 3배에 달했다. 소득이 늘어 집을 사는 것이라기보다 전세대란 등으로 집을 살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자 어쩔 수 없이 형편도 안 되는데 빚 내서 집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늘어난 주택거래량의 상당부분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전세의 경우는 임차인 보호제도에 의해 2년 이내에는 전셋값을 올릴 수가 없다 보니 대부분 2년 이상 거주한다. 그러나 월세는 2년씩 보호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 몇 개월 만에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아 주택거래량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주택거래량 급증의 또 다른 얼굴은 전월세 전환 흐름 속에서 잦은 이사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고통, 또 전세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전셋값이 집값의 평균 90%에 육박하는 현실에 내몰려 소득은 늘지도 않는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아픔이다. 주택거래량이 급증하는 것 자체가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고 환호할 일이라기보다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인 셈이다.

더 걱정되는 대목은 지금은 금리가 1%대의 초저금리 시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낮은 금리가 만기가 10년, 20년씩 걸리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때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세계은행 총재의 며칠 전 인터뷰를 보면 미국은 6~7월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곳으로 몰리는 자금의 특성상 자본이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월급이 그다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금은 당장 주택거래량이 늘어나고 집값이 반짝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보다는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왜냐하면 집값이란 집을 사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인구구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인구구조 때문에 2017년부터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 나라의 가계부채가 심각한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지표는 소득 대비 부채 규모다. 우리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1100조원에 육박한다는 절대적 규모뿐 아니라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작년 말 150%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100밖에 못 벌면서 빚은 150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이 비율이 129%였다는 점만 봐도 현재 우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매켄지는 2월 초 한국을 세계 12대 가계부채 위험국 반열에 올렸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안심전환대출제도를 시행했지만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부실 위험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배제했다는 점,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상품이라 진짜 대책이 시급한 상환능력이 열악한 고위험군은 제외됐다는 점 등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안전장치가 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셋값, 집값 상승이 경제활성화를 더욱 요원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의 핵심 문제는 수출보단 내수 침체인데, 전셋값이 폭등하고 빚 내서 집 사는 식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오히려 중산층 서민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내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택거래량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자축할 때가 아니다. 제2금융권 대출자,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취약계층 중심으로 특단의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고, 전셋값, 집값 때문에 중산층 서민들의 소비여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전셋값, 집값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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