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정권의 명운이 달려 있는 증세, 그리고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입력 2015-03-18 10:25 수정 2015-03-1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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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그리스 신민당, 일본 민주당, 호주 노동당, 캐나다 보수당의 공통점은?

정답은, 증세 또는 복지 축소를 통해 정권을 잃은 정당들이다.

1991년 연방소비세를 도입한 캐나다 보수당은 2년 뒤 치른 총선에서 169개 의석을 모두 내주고 단 2석의 미니 정당으로 몰락했다. 이후 재집권까지 13년이 걸렸다. 2010년 자원세 도입을 발표한 호주의 러드 총리는 지지율 급락으로 총리와 당 대표직을 내놓았고, 그해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은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2012년 소비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일본 민주당은 54년 만에 탈환한 정권을 불과 3년 만에 다시 자민당에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복지 축소에 나선 그리스 신민당은 올해 초 총선에서 급진좌파 정당에 참패했고, 40세 총리에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 증세와 복지 축소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야 하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증세를 화두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신뢰 때문이다. 중산층·서민층에 대해서는 세율과 과세표준의 변동이 없었으므로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말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갈 때쯤 여당의 지도부가 증세를 공론화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자 한 것이다.

가계의 세부담 증가율은 2010년 이후 5년 연속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고, 지난해(1~3분기) 세부담 증가율(5.9%)이 소득 증가율(3.6%)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는 담뱃값이 인상됐고, 2월에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됐다. 지출하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가거나(담뱃값), 돌려받을 돈이 줄어들자(연말정산) 갤럽 조사에서 보여지듯 국민 10명 중 8명은 현재 증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증세 방법론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

2015년 세입 예산 기준 총 국세는 221.1조원이다. 이 중 부가가치세 59조원(27%), 소득세 57조원(26%), 법인세 46조원(21%), 3개 세목의 세수가 전체의 4분의 3(74%)에 달한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안은 부가가치세율 인상이다. 현행 10%인 부가세율을 1% 인상할 때마다 연 6조원의 재원이 추가로 마련된다. 그러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같은 세금을 매기는 부가세의 특성상 소득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과 통일 재원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득세는 이미 2차례에 걸쳐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졌다. 2011년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38%의 세율을 신설했고, 2013년에는 38%의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남은 것이 법인세다. 2008년 25%이던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했는데 이 인하분을 철회하는 것에 증세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GDP 대비 법인세수가 OECD는 3%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4%에 달해(GDP 대비 소득세수는 OECD 8.5%, 우리는 3.8%로 낮은 편이다)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적인 방법으로 법인의 세부담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OECD 회원국 3분의 1이 경제위기 이후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물론 연간 7조원(2011년 기준)에 달하는 대기업 비과세·감면에 대해서는 각 제도의 평가 결과에 따라 엄격히 일몰을 적용하는 최근의 세법심의 경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넓혀 가는 것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의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주는 교훈처럼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자 시작된 증세 논의인 만큼 국민과의 소통은 넓히고, 여론(輿論·public opinion)과 중론(衆論·majority opinion)을 무리 없이 정론(正論·reasonable opinion)에 수렴시켜 나가는 ‘정치’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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