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법관의 자격

입력 2015-03-13 09:0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자수첩] 대법관의 자격

좌영길 사회팀 기자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했던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에서는 백악관이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38년간 재직한 연방대법관이 자진 사퇴하자,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기쁨에 들뜬다. 종신직인 대법관 중 하나를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사람으로 앉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완벽하게 경력이 관리된 하버드 법대 학장 출신의 백인 '해리슨'을 차기 대법관으로 내정한다.

그러나 해리슨이 대학생 시절에 쓴 리포트가 하나 발견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서명도 없이 쓰여진 학창시절 논문이었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대통령은 고민한다. 고작 논문 한 편 때문에 대법관 후보를 떨어트리기는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대통령에게 참모진 중 한명이 얘기를 건넨다.

"향후 20년 간은 개인의 권리가 이슈가 될 겁니다. 인터넷을 말하는 겁니다. 개인의 건강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는지, 게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걸 말합니다. 자유를 찾아 탄생한 국가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죠?" 대통령은 결국 '완벽한 후보'를 포기한다.

비록 드라마의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대법관 인사검증'이 인기 드라마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됐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故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에 '침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이를 적극적인 은폐로 볼 것인지, 인사조치를 당한 말단 검사가 손쓸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의 침묵'이 자격논란으로 이어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에는 물음표를 달고 싶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박종철 사건입니다. 수사기관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게 불과 지난해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국가에서, 대법관 자격과 관련해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죠?"

좌영길 기자 jyg97@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11월 괴담 아닌 12월 괴담 [이슈크래커]
  • '소년범 논란' 조진웅이 쏘아 올린 공…"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우선"
  • 박나래, 결국 활동 중단⋯'나혼산'서도 못 본다
  • LCC 3사, 진에어 중심 통합…내년 1분기 출범 목표
  • 기술력으로 中 넘는다…벤츠 손잡고 유럽 공략하는 LG엔솔
  • "6천원으로 한 끼 해결"…국밥·백반 제친 '가성비 점심'
  • 엑시노스 2600 새 벤치마크 성능 상승… 갤럭시 S26 기대감 커져
  • 오늘의 상승종목

  • 12.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588,000
    • +2.27%
    • 이더리움
    • 4,664,000
    • +2.51%
    • 비트코인 캐시
    • 882,500
    • +2.14%
    • 리플
    • 3,104
    • +1.47%
    • 솔라나
    • 204,700
    • +3.28%
    • 에이다
    • 640
    • +2.89%
    • 트론
    • 424
    • -0.7%
    • 스텔라루멘
    • 362
    • +0.56%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210
    • -0.36%
    • 체인링크
    • 20,710
    • +0.19%
    • 샌드박스
    • 213
    • +0.9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