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한중FTA, 이렇게 대응하자

입력 2015-03-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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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이 지난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했다. 국회 비준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조만간 발효될 전망이다. 한·중 FTA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 정치, 외교, 사회, 안보 등 많은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 한·중 FTA는 연간 54억4000만 달러의 관세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이자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한·중 FTA를 촉구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중 FTA가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걱정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농업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가격 격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농업 부문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중국은 식문화가 우리나라와 유사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농산물 생산구조나 품종도 비슷하다. 단순 가격 비교만 해도 우리 농산물은 중국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59억 달러의 농식품을 수입했다. 반면 우리 농식품의 중국 수출액은 13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부문에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은 분명하나, 어떠한 기준과 방식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피해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대응책에도 영향을 준다. 피해 규모나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책이다. 중국산 농산물이 상당량 수입되겠지만 우리 농식품의 중국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중국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중국의 농식품 시장 규모는 연간 950조원 정도다. 14억에 이르는 거대 중국 인구가 본격적으로 우리 농식품을 소비하면 대(對)중국 수출액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은 크고 넓다. 14억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수출주도형으로 농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1차 산업 위주의 우리 농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 수출산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농업강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수출 농업을 이끌어왔다. 네덜란드의 연간 농식품 수출은 900억 달러 수준이며, 농산물 수입도 600억 달러에 달한다. 농산물을 해외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형태로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 국가가 된 것이다. 치즈 원료가 되는 원유 수입량이 치즈 수출량에 맞먹을 정도로 많다. 오렌지 하나 나지 않는 네덜란드가 유럽연합(EU) 오렌지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둘째, 농업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결국은 농업 기술경쟁력이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MBA도 필요 없고 당장 농대로 가라”면서 “향후 최고 유망 산업은 농업”이라고 지목했다. 선진국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종자, 식품안전, 첨단과학과 기술 등 농업 분야에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산업 현장에서 R&D에 필요한 인력과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R&D 인력은 국가 전체 연구인력 대비 2.5% 수준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셋째, 농업과 식품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실천적 대책이 필요하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1차 산업인 농업을 2차, 3차 산업과 융복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장 농가와 정부, 연구기관, 농식품 관계자 모두의 인식전환이 기본이다. 본격적 시장 개방에 좌절하거나 두려워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수출 농업과 국내 농업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략과 아이디어를 갖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 내에서 한류 영향이 확산되고 있고, 소득 수준이 높아져 중산층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식품의 ‘안전화·고급화’ 이미지로 다양한 수출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추진해 온 시책의 평가 및 재조정도 시급하다.

한·중 FTA가 우리 농업에 위기이자 위험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전의 기회로 인식하고 새로운 시장개척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나 선언적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살길을 찾자.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은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로 큰 화제를 모았다. 명량대첩의 지혜와 용기가 우리 농업에도 필요하다. 14억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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