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웬 후분양제?"

입력 2006-11-24 17:02 수정 2006-11-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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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든 원가 공개든 분양가 인하 효과 없으면 '무용지물'

최근의 집값 앙등의 원인이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탓인것으로 지목되면서 고분양가 해결 대책 마련에 정부가 부심 중이다.

이중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으며 추진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분양 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실시다.

분양 원가 공개는 시장논리와의 문제가 있어 추진에 많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정부가 모두 실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후분양제 실시에 대해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문제의 핵심은 분양가가 높다는데 있는 것이지 선분양을 하는데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제가 상당히 공정하고 거품을 뺄 수 있는 제도로 오해하고 있는 상태다.

눈으로 직접 본 다음 집을 고를 수 있어 선분양시 업체들의 과장 광고도 피할 수 있는데다 모델하우스 비용 등 쓸데없는 홍보비용도 들지 않아 그만큼 거품이 없을 것이란 게 후분양제 실시 주장의 배경이다.

여기에 외국에서는 후분양을 하는데 우리나라만 선분양을 한다는 단편적인 근거에 기인한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즉 건설업체들이 선분양을 고집하는 이유는 원가 추정을 어렵게 해 분양 이득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게 후분양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일반 수요자들은 이에 대해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후분양제를 실시하든 말든 간에 새 대책이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후분양제를 실시하더라도 분양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에서의 관측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9월 평당 15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던 은평뉴타운은 책임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분양제를 실시하겠다며 대충 얼버무렸지만 누구도 후분양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분양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건설업체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금융비용에 따라 선분양 때보다 더 오르면 오르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다수 수요자들의 생각인 것. 그리고 후분양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한다면 비교를 할 수 있는 선분양 아파트가 없는 만큼 후분양제에서 분양가가 낮은 건지 높은 건지를 알 수가 없다. 즉 후분양제 실시는 내집마련 수요자들에겐 그야말로 '딴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뜨거운 청약열기를 보인 한 건설업체 분양 아파트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예비청약자에게 후분양제 실시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광진구 중곡동에 거주하는 40대 회사원인 이 예비청약자는 "후분양제를 실시한다고 분양가가 떨어지겠느냐"며 "오히려 지금처럼 선분양 체제에는 3년여의 시간 동안 저축하듯 중도금 잔금을 낼 수 있겠지만 후분양제를 실시한다면 자금 압박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후분양제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려면 유럽과 중국의 일부에서 실시되는 '골조 분양'이 이루어져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골조분양이란 건설업체는 건물의 외관 세대 내부 공사까지만 마무리하고 세대 내부의 인테리어나 마루, 도배, 등등은 모두 분양 받은 사람이 알아서 해결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경우 건설업체가 주장하는 '최고급 마감자재 사용'에 따른 거품을 일부 걷어낼 수 있는 것은 사실. 골조분양 형태가 이루어진다면 분양가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는 못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듯 시공사가 한꺼번에 같은 마감재를 구입할 때 들어가는 단가와 개인이 인테리어 마감재를 각자 구입할 때 소요되는 단가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

실제로 대다수 건설 마감자재 납품업체는 한번에 많이 팔 수 있는 만큼 건설업체 아파트 공사장에 납품하는 자재를 일반 소비자가격의 2/3 이하를 받고 있는 게 건설시장의 현실이다. 따라서 골조분양을 실시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는 건설업체의 부당이득을 막아 분양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 몰라도 얼마 후엔 오히려 인테리어 마감재 값이 더 크게 올라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지금 정부가 후분양제를 운운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 수요자들에게 와닿는 형태는 아니다. 후분양가를 실시하던, 분양 원가를 공개하던 관심있는 사람은 오로지 건설업체에 대항하는 시민단체들 뿐이다. 이로 인해 분양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일반 수요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후분양제 로드맵 연기를 선언했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실시할 땐 어떻게 분양가를 내릴 것인지에 대한 책임있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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