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언제까지 투기자본 타령만 할 것인가

입력 2015-02-23 10:51 수정 2015-02-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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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자본시장부장

사모펀드 아이스텀앤트러스트가 보유한 한국토지신탁 지분 매각 여부가 25일 결론이 난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외국계 프론티어앤트러스트와 국내의 보고펀드가 결성한 보고프론티어펀드가 한토신 지분 인수를 위해 제출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가부를 결정한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한토신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투기자본’과 ‘먹튀’라는 낯설지 않은 용어가 범람한 사례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KKR는 지난 2009년 18억달러에 매입한 오비맥주를 불과 4년 만에 58억달러에 매각해 40억달러라는 엄청난 차익을 남긴 바 있다. 그래서 한토신 인수전 참여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이라는 논리다. 먹튀라는 표현은 당연히 따라 붙었다. 하지만 KKR가 오비맥주를 사들인 시점은 금융위기 당시였다. 주가의 향방을 누구도 알 수 없듯이, 기업을 사들이는 사모펀드라 하여 그 기업의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KKR는 오비맥주를 사들여 적극적인 마케팅과 대규모 투자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되팔아서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비싼 가격에 사들일 의향이 있는 매수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보이는 KKR의 거래행위가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이 투기성인지, 무엇이 먹튀인지 말이다.

국내에서 ‘투기자본’과 ‘먹튀’의 대명사는 뭐니뭐니해도 론스타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런 투기자본감시센터는 KKR를 론스타급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느 정도 통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절대 다수의 생각에 배치되는 질문을 하고 싶다. 론스타는 투기자본인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투자와 투기를 우리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그 기준에 대해 우리는 합의하고 있는가?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사들였다가 9년이 지난 2012년 4조6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하나금융지주에 팔았다. 2007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9년 동안 투자하고 철수했다는 게 팩트다. 투자기간이 짧아서 투기인지, 시세차익을 많이 남겨서 투기라는 것인지, 아니면 세금을 한 푼도 안내서 투기라는 것인지 론스타와 관련된 논란에서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 하나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우르르 쫓아가서 늑대를 향해 돌멩이 던지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외국자본이 밀물처럼 국내로 유입됐다.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처럼 디폴트를 선언하지 못하고 빚을 얻어서 빈 곳간을 채웠다. 그리고 투기와 먹튀로 표상되는 수많은 외국자본들이 쓰러져가는 국내 기업에 수혈을 했다. 그리고 어느 기업은 쓰러지고, 어느 기업은 살아남아 강한 기업이 되었다.

한때 소버린이라는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 주주총회에 등장하면서 눈총을 받았던 때도 있다.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그들을 우리는 ‘이상한 놈’ 취급을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 주주총회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지배구조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이같은 순기능을 떠나서 다시 ‘투기자본’과 ‘먹튀’라는 ‘낙인’을 함부로 찍을 수 있는 권리는 누가 부여한 것인가?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를 여기저기 갖다붙이는 행위가 연상될 정도다. 아무에게나 ‘종북좌파’라는 낙인을 찍는 행위가 겹쳐진다. 공통점은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부분을 문제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제도와 법률의 문제다. 그리고 세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론스타와 KKR와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다.

금융당국은 보고프론티어펀드가 제출한 서류에 법률적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만 살피고 사안을 다루기 바란다. 더 이상 촌스럽게 투기자본 타령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모펀드 활성화니 자본시장 규제완화니 하는 구호가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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