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다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2-0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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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MBC, NEW, 김기덕 필름)

MBC ‘나는 가수다’는 ‘웃음’보다 ‘감동’이 앞선 예능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요구되는 필수요건은 실력이다. 가창력이 없는 가수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없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노래를 못하면 아웃이다. 그래서 최근 ‘나는 가수다’ 시즌3에 합류한 걸그룹 씨스타 멤버 효린이 눈길을 끈다. 김범수, 박정현, 임재범 등 가창력 이상의 가창력을 보여줘야 생존할 수 있었던 ‘나는 가수다’ 무대였다. 걸그룹 멤버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효린의 존재는 아이돌 진화의 한 사례로 의미가 있다. 단순히 ‘돌연변이’의 출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최근 아이돌들의 반격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돌(Idol). 본래 신화적인 우상을 뜻하는 용어다. 팬덤 문화를 양산한 인기 가수를 가리켜 아이돌이라 부른다. 사전적 의미를 떠나 아이돌에게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됐던 덕목은 잘생기고 예쁜 외모였다. 그래서 연예계는 아이돌의 외모에 집착했다. 예쁘고 잘생기면 만사 오케이였다. 노래는 가르치면 되는 것이었다. 잘생긴 인재(?)를 뽑기 위해 혈안이 됐고, 무분별한 성형도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실력 없는 아이돌이 판을 쳤다. 아이돌 잔혹사는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그릇된 선입견에서 시작됐다.

부족한 노래 실력은 ‘노래 담당’ 멤버의 영입과 춤, 랩으로 보완할 수 있었지만, 이들의 영역 확장은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연기자 전업에 나선 아이돌에게 ‘연기력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아이돌은 캐스팅 소식이 들릴 때부터 비난의 목소리를 감수해야 했다. 시청률을 위한 상업적 캐스팅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해당 작품의 질을 훼손했다. 한동안 아이돌 스타의 연기 전업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반대’가 이어졌다. ‘연기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장시간 이어졌고, 굳어져 바뀔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해법은 하나였다. 실력을 갖추는 일.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에 있어 대중을 만족하게 하는 일. 너무나 당연했지만, 그들이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가수다3’ 효린을 비롯해 드라마 ‘미생’ 임시완, 영화 ‘배우는 배우다’ 이준, ‘해무’ 박유천 등 기존 아이돌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깬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혹자는 “아이돌이 각성했다”고 외친다. 노래도 춤도 연기도 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문화의 영역파괴는 가속화됐고, 만능엔터테이너가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그 기회를 아이돌이 포착했다. “연기력이 없어 디렉션을 포기해야 했다”는 한 방송사 PD의 말처럼 아이돌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실력은 없지만, 흥행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했다. 그래서 아이돌의 각성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한다. 개인의 영광은 물론, 제작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청자에게 질 좋은 작품을 전달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가요계는 물론이고, 예능ㆍ드라마ㆍ영화 등 각 분야에서 아이돌이 활약하고 있다. 수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아이돌의 내공은 생존을 위한 노력과 결부돼 부족한 실력을 메우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이돌의 영역 확장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없다는 점은 향후 아이돌의 활동을 점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아이돌은 너무 외모만 믿었다. 인기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철저히 외면당하는 시대가 열렸다. 혹독한 연습생 시절의 배고픔보다, 하루 1~2시간 자며 소화했던 살인적인 스케줄보다 더 무서운 대중의 시선이 아이돌을 향하고 있다. 높은 부와 명예, 영광의 자리를 버틸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실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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