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편승한 ‘문화강국’ 선언, 허울뿐인 주장인 이유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1-19 06:36 수정 2015-01-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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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전지현(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통틀어 ‘문화예산’이라 명명한다. 최근 K-POP은 물론이고 이민호, 이준기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스타의 영향력, ‘별에서 온 그대’ 등에서 보여준 한류 콘텐츠로 인한 현지 문화 트렌드 주도로 문화예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예산과 기금 규모는 지난해 총 4조4224억원으로 당초 정부안보다 840억원 늘어났다. 문화재청 예산 등을 합한 문화재정은 총 5조4131억원으로 정부재정 대비 1.52%다. 정부는 올해 5조9772억원(1.59%)의 문화예산을 국회 심의에 넘겼고, 2018년까지 2%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다.

예산이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2%라는 수치는 문화 융성을 강조한 현 정권의 ‘자화자찬’에 비해 지극히 적은 규모다. 문화예산이 처음 전체의 1%를 넘어선 것은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이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으로 촉발된 한류의 영향력으로 문화 강국에 대한 꿈이 만개했다는 주장이 현실적이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한류 확산은 힘들었다.

그로부터 두 번의 정권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문화예산은 2%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10여 년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류의 현실은 정부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과 달리 온전히 스타 개개인의 역량과 질 높은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 배우’가 아닌 현지 배우로 인식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배우 추자현, 2000만명이 넘는 웨이보 팔로워 수를 가지고 있는 이민호의 경우 작품의 성공과 체계적인 현지화 전략의 성공이다. ‘별에서 온 그대’ ‘피노키오’ 등의 중국 현지 인기와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콘텐츠의 판매 역시 출연 배우의 역량과 포맷의 성공으로 분석된다. 2%에 불과한 정부의 문화예산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로 확보한 공로가 문화 융성이라는 허울 좋은 정책으로 둔갑해 대중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PD는 지난해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SBS에 휴직계를 제출한 그는 현재 중국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우리의 스타 PD와 작가 등 인적 자원을 중국이 사들이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가 국내를 기반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형태가 아닌 중국을 기반으로 국내에 역수입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른바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우리 인적 자원과 콘텐츠가 선두에 선 기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거대 자본이다. 한류를 수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류 그 자체를 사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나선 것이다. 콘텐츠 제작 기반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제작 환경과 자체 경쟁력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과거 일본을 주 무대로 입증된 한류는 일본우익의 기승과 엔저 현상으로 인한 위기 속에 중국의 인적 자원과 자본에 힘을 얻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했다. 하지만 중국의 거대 자본은 우리 콘텐츠를 수입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제작 기반을 송두리째 사와 자신들의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계의 ‘동북공정’이 본격화된 지금 문화예산 2% 달성 목표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 점이 문화 강국의 위상을 자랑하고 그 결과물에 자화자찬하기보다 적극적인 예산 확대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나날이 발전하는 K-DRAMA, K-POP, K-MOVIE의 질적 영향력은 정부의 가시적 보호 정책이 동반될 때 온전히 한류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한류 콘텐츠가 중국의 자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자본에 의지할 수 있는 날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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