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품격을 높이는 말말말

입력 2015-01-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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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기자

유행어는 한 시대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척도다. 따라서 살기 좋은 시기엔 말이 아름답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말과 글은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저지른 ‘슈퍼갑질’ 이후 그가 사무장에게 호통쳤던 ‘너 내려’가 지난해 하반기를 달군 유행어로 떠올랐다. 재벌가 2·3세의 인성과 경영 능력을 도마 위에 올린 이 사건 이후 조씨를 풍자하는 각종 패러디물도 쏟아져 나왔다.

도박장에서나 쓰일 법한 ‘대박’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이후 청소년은 물론 교육자들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유행어가 됐다. 어디 이뿐인가. 박 대통령은 이 파격 발언 이후 속편 격으로 ‘암덩어리’ ‘원수’ ‘불타는 애국심’ ‘단두대’ 등 전투적이고 거친 표현을 마구 쏟아내 2014년 최고의 유행어 제조기로 등극했다.

그런데 말의 강도가 너무 세면 품격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법. 단호한 표정과 레이저에 비유되는 강한 눈빛의 소유자 박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다. 혹여 참모들이 작성한 원고를 기본으로 한 발언이라면 그들을 잘라도 좋을 듯싶다.

유행어 못지않게 드라마 속 대사는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때론 우리네 가정을 ‘막장’으로까지 치닫게 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은 기혼 여자 대부분은 남편을 아빠 혹은 오빠라 부른다. 심지어 남편의 누나를 언니, 남편의 부모에겐 아빠, 엄마라 한다. 그럼 이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부모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여자의 호칭만으로 보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집안이다. 인륜을 거스르는 언어 표현 때문이다. 부부간 호칭은 여보, 당신이 올바르다. 그리고 시부모는 아버님, 어머님이라 불러야 한다. 친근함의 표현으로 아빠, 엄마란 호칭을 사용한다지만 그 이전에 가정의 근본이 무너질 것이다.

가족의 호칭 가운데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것 중 어머니/어머님, 아버지/아버님이 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면 왠지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자식은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 것이 바르다. 아버님, 어머님은 남의 부모를 높여 말하거나 돌아가신 부모, 편지글에 맞는 표현이다. 며느리는 시부모를, 사위는 장인·장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불러야 한다. 친(親)보다 예(禮)를 앞세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부모에 대한 존경을 담아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단다. 하지만 나를 낳아주신, 세상에 딱 한 분뿐인 부모의 호칭이니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게 다른 수많은 남의 아버님, 어머님과 확연하게 구분돼 좋을 듯하다.

‘인문학은 밥이다’의 저자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말의 올바른 사용이 올바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또한 말은 사람과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언급들이다. 말을 단순히 소통의 수단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말은 곧 사람이다. 언어를 통해 사람의 됨됨이와 품격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대통령으로부터 고상하고 희망적인 말만 들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품격은 곧 국가의 품격이고, 대통령의 말은 곧 국민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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