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올해 여신성장과 리스크 관리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각종 금융사고와 그 뒷수습 과정이 시중은행들의 성적표를 갈라놓은 가운데 별다른 금융사고가 없었던 신한은행은 위험관리와 수익성에서 독주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서 행장이 무난하게 연임에도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올 초 일부 은행에 타격을 안겨준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연루되지 않았다. 비은행계열사 여신만 수십억 있었을 뿐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발생한 모뉴엘 사태도 완전히 비켜갔다. 신한은행도 당초 여신이 있었으나 지난해 이상 징후를 느끼고 이미 거래관계를 정리한 상태였다.
신한은행이 각종 사건·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비용을 줄이고 우량 대출자산을 많이 확보해 성장 기반을 다진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 행장은 이 같은 노력을 압도적인 실적으로 보여줬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시중은행 전체 순이익 중 4분의 1을 차지한 상태다.
올 상반기에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특히 수익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나 총자산순이익률(ROA)도 시중은행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3분기 중 신한은행은 우량 대출중심의 질적 성장과 유동성 예금 중심의 예수금 증가를 통해 예대율 98.7%의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대손비용은 3분기 누적 3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줄었으며, 연체율은 0.43%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서 행장은 신한금융그룹이 대대적으로 추진한 은퇴시장 공략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는 지난 4월 브랜드 출범 후 8개월 만에 미래설계통장 70만좌, 은퇴 신상품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의 전체 은퇴상품 규모는 올해 3조원이 증가해 연말에는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거침없는 질주에도 신한은행의 불법 계좌조회 의혹 등 민감한 숙제가 남아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까지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지인에 대해 불법 계좌조회를 지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신한사태와 관련해 고객 거래정보를 불법 조회한 혐의로 서 행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