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 고개 떨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입력 2014-11-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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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 인파 속 여기저기서 긴 탄식이 터져나왔다.

쌀쌀한 날씨를 참으며 기대감에 가득한 얼굴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초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해고 노동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2009년 4월 쌍용차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2천646명 노동자를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두 달여 파업을 벌였지만 사측은 정리해고를 강행,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최종 165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들 중 153명이 사측의 해고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정당한 해고라고 판결했지만 올초 2심은 회사가 경영상태를 속여 근로자들을 해고했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지만 그 희망은 해를 넘기지 못하고 절망으로 바뀌었다.

대법원은 이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논란이 됐던 손실과다 계상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14년간 평택공장 조립1팀에서 일했다는 해고 노동자 김남오(41)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심정을 말해달라'고 묻자 "담담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시에 일찌감치 합격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기특한 고 3 아들이 있다며, '승소'를 선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던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날 대법원 앞에는 김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과 지지자,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몰렸다.

선고 직후 해고 노동자들은 눈물 어린 눈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너무 실망하지 마시라"며 손을 맞잡고 서로 다독이기도 했다.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재판부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대못을 박았다"며 "순간순간 질기고 고된 투쟁 속에서도 또 다른 결단을 한 것처럼 이 시간 이후에 또 다른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15일 평택 공장 앞에서 파업선언 2천일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을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는 "소송 중 회사 측이 주장을 계속 바꿨는데 대법원은 그런 (일관되지 않은) 주장을 옳다고 받아들였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고용협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2심에서 하지 않았다"며 "새롭게 주장을 보완·입증하면 다른 결과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끝까지 다투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 소식을 평택에서 접한 동료들과 지원자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무급휴직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3월 5일 회사로 복귀한 이성호 전 무급휴직자위원회 대표는 "며칠 전에도 대법원 앞을 방문해 동료와 미사를 드리는 등 응원을 하고 왔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대법원은 정의롭게 판단할 거라 기대했는데 최악의 결과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만으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니 앞으로 두고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치유를 위한 쉼터인 '와락'의 권지영 센터장은 "억울하고 참담하다. 이런 나라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란 생각이 절로 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와락 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리해고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봐 왔다"며 "대법원이 정리해고를 더 쉽고 자유롭게 만드는 판결을 내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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