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선대인- 예고된 위기와 ‘괜찮다’

입력 2014-11-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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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삼성전자 실적 악화,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증권사와 은행들의 실적 악화 및 부실채권 증가, 건설업계의 줄도산 위기, 공기업 부채 및 가계부채의 급증,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무산, 수도권 부동산 가격하락 및 침체, 하우스푸어의 증가, 금값 하락세의 지속, 주식시장의 거래 침체, GDP성장률 하락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경제적 현상들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든 연구소 차원이든 이들 현상들 대부분을 사전에 또는 사태 초기에 경고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관련 당국이나 각종 재벌계 또는 정부 산하 연구소들보다는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 같은 경제 현상들 대부분은 한국경제의 위기나 구조적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이에 더해 필자는 집값이든 주가든 대체로 늘 장밋빛 전망으로 부풀리는 언론 보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래서인가. 한국 언론들의 상당수는 필자에게 ‘미스터둠’, ‘비관론자’, ‘폭락론자’ 등의 딱지를 붙인다.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비관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구체적인 근거와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온당한가. 비유하자면,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데 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비관론인가.

반면 언론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성한 적이 없다. 일례로, 국내 상당수 언론들은 2009년 이후 온갖 계기가 있을 때마다 통틀어 수천건 이상의 ‘집값 바닥론’ 보도를 쏟아냈다. 정부 부양책 등에 따른 단기적 반등이 일어나기는 했어도 큰 흐름에서 부동산시장은 대체로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언론이 자신들의 섣부른 보도 행태에 대해 반성한 적은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다. 지금 한국경제에 나타나는 각종 위기는 돌발적인 게 아니다. 많은 경우 제도적 미비와 정책 실패들이 누적돼 발생한 ‘예고된 위기’다. 조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피할 수 있거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예고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며, 위기가 예고되는 초기에 개선하는 게 중책이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게 하책, 위기가 불거져도 계속 대처를 미루다 어느 시점에 손쓰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최하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하책이나 최하책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나 움직였다. 그 결과 경제적 충격은 커졌고,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졌다.

한국경제에 또 한 번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했고 내년 이후 금리를 올리게 될 공산이 커졌다. 가계, 공공, 민간 등의 총 이자성 부채가 3400조원을 넘는 한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단기 투자성 자금인 외국인의 증권투자액이 650조원을 넘어 급격한 자본유출에 따른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확 꺾였고 조선, 건설, 철강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괜찮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 비유하자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 가깝다.

안타깝지만, 괜찮지 않다. 절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특히 부채가 많은 가계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사상 최저 금리인 지금 부채를 줄여야 한다. 보험, 부동산, 사교육비, 소비습관 등 모든 부분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 바란다. 그래야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고, 일정한 시점에서 새출발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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