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후계자’가 없다] 사공 많은 승계 프로그램 공정한 운영 ‘그림의 떡’

입력 2014-11-05 10:21 수정 2014-11-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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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후계 양성제도 살펴보니… 후보자 인력풀조차 제대로 없어

“금융사 스스로 최적의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씨티은행에서 하영구 전 회장 퇴임 즉시 곧바로 승계시스템이 가동된 것은 좋은 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10월 14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2010년 신한사태, 2008년·2014년 KB금융 내분 사태.

두 사건은 최고경영자(CEO)의 막강한 지배력과 이사회의 집단 이기주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한국 금융사의 대표적 오점이다.

이 사태들을 계기로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짧은 임기 속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더 급급하다.‘패거리 문화’로 점철된 이사회 역시 성과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임명한다.

문제는 인사권을 쥐고 있던 CEO가 물러났을 경우다. 후계자 풀(Pool)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지배력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지주사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심각한 구조적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다.

장기적 시각에서 핵심 임원들의 CEO 잠재 역량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들의 역량 개발·점검을 위해서는 순환 보직시 이사회 사전 협의를 거치는 등 보다 촘촘한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EO 지배력·이사회 이기주의… 반쪽짜리 내부규정 =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최근 내분사태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의 경우 사내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회장 승계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전 계열사의 상무급 이상 임원이 포함되는 내부인사와 헤드헌팅 업체 등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로 후보군을 선정한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은 이례적으로 ‘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 ‘밀실회동’이란 비난에서는 벗어났으나 내분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전원 회추위로 구성되면서 타당성 문제가 대두됐다.

신한금융은 2010년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퇴진하는 내홍을 겪은 후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신한금융은 현직 회장 1명(연임의사 있을 경우 제외)과 사외이사 4~6명으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대표이사 회장 1인’을 선출한다.

농협금융의 경우 외부 전문가 3명과 사외이사 2명, 중앙회 회장 추천인사 1명으로 구성된 회추위에서 회장 승계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킴으로써 전문성을 보강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불명확하다. 특히 중앙회와의 이해 상충으로 지주 회장의 인사·경영·예산권의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회추위까지 중앙회장 추천 1명이 포함돼 경영 간섭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금융의 경우 현직 회장 1명(연임의사 있을 경우 제외)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승계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CEO 후계자 육성은 ‘그림의 떡’ = 국내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최소 10년 이상의 내부 경력을 갖춘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CEO 유고시 바로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단 신한과 하나금융은 운영위원회를 상시 가동하면서 후계자를 육성한다. 이후 회장 임기가 다가오면 회추위회로 전환해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기틀을 마련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아 안착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하나금융도 ‘경발위는 매년 회장이 제안한 예비최고 경영자 후보 풀에 대한 평가 및 승계 계획을 검토·승인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을 뿐 운영방식은 구체적으로 규정된 바가 없다.

농협금융은 신한,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CEO후보 풀을 관리하는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내분사태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의 경우 윤종규 내정자가 “회장이 행장을 후계자로 육성할 책임이 있다”며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잘 마련해 내부에서 회장을 길러내도록 하겠다“고 말했을 뿐 관련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씨티은행 차기 행장 선출과정은 국내 금융업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15년간 장기 재임했던 하영구 전 행장이 퇴임했지만 씨티은행은 아무런 잡음없이 곧바로 박진회 부행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내부규정은 승계 계획을 주도하는 주체도 불명확하고 CEO는 퇴임(해임)과 승계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이해상충에 빠지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보다 중장기적(10년 이상) 관점에서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이사회는 회사의 문화나 전략 변화에 기존의 계획이 적절한지 지속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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