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월가 초단타매매의 작동원리

입력 2014-10-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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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 ‘플래시 보이스’

“일반 투자가가 보는 단말기 화면과 특수 그룹들이 보는 화면이 다르다면 어떨까?”

이 책은 월스트리트의 어두운 면을 추적한 책으로, 시카고 선물거래소와 뉴저지 증권거래소 사이에 광케이블을 깔아서 한몫을 챙기려는 사업가들의 활동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왜 막대한 투자와 위험을 무릅쓰고 광케이블 매설 작업을 시작한 것일까. 그들은 뉴욕과 시카고를 최단 시간에 연결하는 마법의 경로를 개설할 수 있다면 트레이더들이 더 빠른 속도로 거래할 수 있게 되고, 여기서 큰 차액거래가 가능할 것임을 직감했다.

왜 빠른 속도가 중요한 것일까. 예를 들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선물계약을 거래할 때를 가정해 보자. 뉴욕과 뉴저지 두 거래소를 오가며 주가가 차이나는 순간, 양쪽 시장에 생기는 ‘가격 괴리’의 순간을 포착해 남들보다 빠르게 매도, 매수를 반복하며 매매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초단타매매를 말한다.

‘세계 최고의 논픽션 작가’로 불리는 마이클 루이스는 골드만삭스의 전 직원 알레이니코프 구속 사건을 접하면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알레이니코프는 퇴사한 후 2009년 여름 FBI에 체포된 러시아 출신의 초단타매매 프로그래머인데 그의 죄목은 ‘컴퓨터 코드’를 훔친 것이었다.

저자가 속도 경쟁의 진면목을 이 책을 통해 고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불공정함’ 때문이다. 속도경쟁의 문제는 일반 및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대형 은행들과 초단타매매꾼이 서로 결탁해 고객의 주문 정보를 미리 빼돌려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월가의 금융권이 투자 수익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 단위는 ‘초’가 아니라 1초를 1000개로 쪼갠 ‘밀리세컨드’다. 상대방보다 좀 더 빨리 매수·매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면 초단타매매자들은 1000분의 1초 사이에 매수·매도 호가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거나, 당일 매매가격의 격차를 조성하거나, 또는 지역 간 가격 격차 등을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대형 은행이나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광케이블의 이용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남는 장사를 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광케이블을 이용해 속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기에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것이 보장돼 있다.

이른바 플래시 주문(flash orders)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증권거래소들은 거래 정보가 트레이드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약삭빠른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먼저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단 몇 분의 1초 동안 그 정보를 ‘순간적으로 노출해 주는’(flash) 대가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이 보는 투자 단말기의 화면과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보는 단말기의 화면이 다르다는 말인가? 사실이다.

이 책은 광케이블 이용권을 살 수 있는 그룹들이 불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가 미국 주식시장을 보고 있을 때 실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허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조작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책에 흥미진지함을 더하는 일은 20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과 보너스, 안락한 삶을 버리고 뛰쳐나와 이 같은 약탈적 활동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초단타매매의 숨겨진 작동원리를 폭로하는 사람들의 맹활약이다. 그 어떤 탐정소설보다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월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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